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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정처없는 곳에서

너무도 짧은 개감수의 봄날


 


개감수

Euphorbia sieboldiana Morren & Decne.

 

산자락이나 계곡 주변, 들에 자라는 대극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20~40cm.

줄기잎은 어긋나며, 원줄기 끝에서는 5개의 긴 타원모양 잎이 돌려난다.

3~7월 개화. 원줄기 끝에서 5개의 가지가 갈라져 잔모양꽃차례로 꽃이 핀다.

여러 개의 수꽃과 1개의 암꽃이 있으며, 각각 수술과 암술이 1개씩 달린다.

 

 






개감수라고 불리는 식물의 이름은 언제 들어도 서먹했다.

이 이름은 감수’(甘遂) 앞에 '개'붙여서, 한약재로 쓰이는 감수

(Euphorbia kansui)보다 약효가 못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감수는 중국이 원산지로 우리나라에서는 나지 않기 때문에

약효가 조금 떨어지는 개감수로 감수를 대신해왔다.

 

오늘날 약재로 쓰는 감수는 개감수의 뿌리를 말린 것으로,  

뿌리 마디가 잘록하고 연해서 잘 부러지며 독성이 있다.

감수는 수분을 배설시키는 효능이 있어 대소변을 원활하게 하고,

얼굴이 붓고, 복수가 차며, 옆구리나 허리통증이 있을 때도 쓴다


  

그러나 요즈음처럼 의학이 발달하고 좋은 약이 많은 시대에

감수, 즉 개감수의 뿌리를 약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문명이 바뀌어 보통 사람들에게 서먹해진 진부한 이름이라면

참대극이나 산대극 같은 기왕의 쉬운 이름을 쓰는 것이 순리다.


게다가 같은 대극속의 대극, 붉은대극, 흰대극, 암대극 중에서

오직 개감수만이 를 뒤집어쓰고 켸켸묵은 이름을 갖고 있다.

개감수는 다른 대극들보다 널리 분포하는 보편적인 식물인데도

이름으로는 오히려 의붓자식 취급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이른 봄의 추위 속에서 꽃을 피우는 개감수는

어느 꽃들에도 빠지지 않을 만큼 화려한 붉은색을 띤다.

개감수의 그 빛나는 시절은 안타깝게도 닷새를 못 넘기고

녹색으로 변해서 수수한 모습으로 일생을 마친다.

이름도 불쌍한 개감수의 짧은 봄날이 안쓰럽다.

 

2016.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