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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정처없는 곳에서

날개 잃은 이카루스 대흥란


 

 

대흥란

Cymbidium macrorrhizum Lindl.

 

숲속이나 숲가에서 자라는 보춘화속의 여러해살이 난초.

높이 10~30cm. 부생란으로 잎이 없다.

7~10월 개화. 꽃의 크기는 2.5cm 정도이며 간혹 향기가 있다.

해남 대흥사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전국에 드물게 분포한다.

멸종위기식물 2.

 




 


 

어느 해 여름 남해섬으로 칠보치마를 보러갔다가

산을 내려오는 길가에서 대흥란의 군락을 만났다.

첫눈에도 귀하게 보이는 꽃들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 나와 있어서 물가에 노는 아이들처럼 걱정스러웠다.

 

제주도에서는 도심 가까운 산책로나 골프장 부근에서

무리지어 자라는 것을 보고 더욱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잎이 없어서 광합성을 할 수단이 없는 부생식물이

볕이 잘 드는 길가로 나온 것이 수상하기도 하고

보다 나은 처지를 열망하는 무언의 시위로도 보였다


  

대흥란은 보춘화, 한란, 죽백란, 소란 등과 함께

심비디움(Cymbidium)속의 난초로 분류된다.

이들은 꽃도 아름답지만 잎 또한 거침없이 미끈하고 아름다워서,

예로부터 내로라하는 풍류객들이 단 한 번의 붓놀림으로

난을 치는 솜씨를 뽐냈던 모델들이 모두 이 가문의 난초들이다.

  

그런데 이들 중에서 대흥란만이 잎이 없다.

날개를 잃고 추락한 이카루스의 환생이 아닐까도 싶었다.

이카루스는 너무 높이 날지 말라는 아버지의 경고를 잊은 채

태양 가까이 날아올랐던 욕구불만이 많은 아이였다.

아니면 Cymbidium속 중에서 가장 늦게 어두운 숲 밖으로 나와서

다른 형제들처럼 멋진 날개를 만들려고 하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대흥란이 다른 부생식물과는 달리 줄기가 녹색을 띠는 까닭은

온몸으로 열심히 광합성을 하고 있는 때문이라고 한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는 이 난초의 줄기에 붙은

작은 비늘조각들이 녹색의 멋진 잎이 될는지도 모른다.

 때까지 이 글이 남아 누가 읽어 줄 것 같지는 않다.  

 

2016. 11. 6.

 

 

 

 

 




한란

Cymbidium kanran Makino

 

숲이나 개울가 그늘진 곳의 습한 사면에서 자란다. 높이 20~80cm.

10~12월 개화. 꽃의 크기는 2~3cm로 연한 녹색 또는 홍자색이다.

추운 초겨울에 꽃이 피기 때문에 한란이라고 부른다.

전남의 섬과 제주도에 극히 드물게 자생한다. 멸종위기식물 1.


(인디카 사진)

 

 




죽백란

Cymbidium lancifolium Hook.

 

개방된 숲속이나 숲가에서 자란다. 높이 8~20cm.

잎 끝 가장자리가 톱니모양이다. 7~8월 개화.

꽃의 크기는 2~2.5cm이며 간혹 향기가 있다.

제주도에서도 매우 드물게 자생한다.

잎이 대나무 잎과 비슷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멸종위기식물 1급

    

(난곡 이경서 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