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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정처없는 곳에서

불편한 동거의 추억 쥐오줌풀


 


쥐오줌풀

Valeriana fauriei Briq.

 

산이나 들에 자라는 마타리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40~80cm.

줄기는 곧게 서고 윗부분에서 가지를 쳐서 꽃을 피운다.

잎은 깃꼴겹잎으로 잎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드문드문 있다.

5~6월 개화. 줄기 끝에 지름 3~4mm의 자잘한 꽃들이 달린다.

 

 






우리나라에서 1980년대 까지는 사람과 쥐가 한 집에서 살았다.

쥐는 사람이 사는 집 구석 구석에 숨어 살면서 양식을 축내고

소란을 피워 놀라게 하거나 병균을 옮기는 불편한 동거자였다.

쥐들은 밤마다 무언가 갉아내거나 천정에서 운동회를 벌여서

잠을 설치게 하고 천정도배지 여기저기에 오줌자국을 남겼다.

 

쥐덫이나 쥐약, 고양이와는 상관없이 쥐들의 전성시대는 끝났다.

주거환경과 주방의 용기가 콘크리트와 금속과 플라스틱으로 바뀌면서

쥐들이 구멍을 팔 곳이 없고 음식물에 접근할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쥐들은 우리 주변의 식물 이름에도 쥐오줌풀, 쥐방울덩굴, 쥐꼬리망초,

쥐손이풀, 쥐털이슬, 쥐깨풀처럼 많은 흔적을 남겨놓고 멀어져갔다.

식물의 이름에 들어간 는 대개 작다는 의미로 많이 쓰였지만,

쥐오줌풀은 옛날의 온갖 퀴퀴한 냄새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다.

 

쥐오줌풀은 마타리과의 식물로 마타리처럼 뿌리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

그 냄새가 정말 쥐의 오줌 냄새인지는 지금은 확인해볼 방법이 없으나

산과 들에서 풀뿌리의 냄새를 맡아가며 나물과 약초를 캐었고,

쥐 오줌 냄새나는 집에서 살았던 옛 사람들의 후각을 믿어야 될 것 같다.

 


쥐들과 불편한 동거는 청산했지만 또 다른 쥐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공직 생활 중에 물품관리 업무를 맡고서 장부에 비해 현물이 모자라서

혼자 고민할 때 어느 선배가 인쥐탓이라고 넌지시 일러주었다.

즉 인간 쥐라는 말인데, 이들은 공공의 재산이나 금전을 쥐처럼

야금야금 빼돌려 배를 채우는, 쥐보다 더 퇴치하기 어려운 동물이다.

 

쥐오줌풀을 보면 너무 오랫동안 쥐들과 동거해온 삶의 여정 때문에

온갖 불쾌한 생각이 스쳐가지만 쥐오줌풀은 아무런 죄가 없다.

쥐오줌풀은 예로부터 나물이 되고 진통, 진정효과가 좋은 약재였다.

그놈의 쥐들 때문에 아름답지 못한 얘기만 늘어놔서 미안하다.

 

 

2016. 10. 21.

 





 

 



상치아재비

Valerianella locasta var. olitoria L.

 

풀밭이나 길가에 자라는 쥐오줌풀속의 한해살이풀. 높이 10~40cm.

줄기는 반복적으로 두 가지씩 갈라지며, 위쪽의 잎에 3~4쌍의 톱니가 있다.

4~5월 개화. 지름 2mm 정도의 자잘한 꽃이 10~20개 달린다.

유럽 원산으로 2002년에 국내에 알려졌고 제주와 전북 일부에 자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