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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정처없는 곳에서

땅두릅과 독활(獨活)의 차이



    땅두릅

Aralia cordata Thunb.


산지나 들에서 자라는 두릅나무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2m.

꽃을 제외한 전체에 짧은 털이 드문드문 있고 잎은 2회 깃꼴겹잎이다.

7~9월 개화. 줄기 윗부분에 구형의 우산꽃차례들이 원추꽃차례를 이루며,

열매는 둥글고 검은 자주색이다. 독활, 땃두릅이라고도 한다.

 

 



 

호남 지방의 한적한 마을을 지나다가 처음 보는 식물을 만났다.

마침 지나는 동네 어르신이 있어 이 나무이름이 뭐냐고 물었더니,

나무가 아녀. 땅두릅이랑께. 옛날에는 밭에다 많이 심가 먹었재...

봄에 싹을 뜯어 나물로 먹었는디 맛이 두릅하고 쬐까 비슷하지라

  

  

나무로 보았던 것을 나물이라고 하니 믿어지지 않아서

줄기를 만져보고 흔들어보고 가지를 휘어도 보았다.

손에서 팔로 전해오는 줄기의 탄력이 영락없는 나무였다.

집에 와서 여러 자료를 찾아보니 여러해살이풀로 나와 있었고

독활’(獨活)을 정명, 땅두릅은 이명으로 쓰는 책이 많았다.

 

독활이라는 이름이 생소하고 독특해서 유래를 알아보니

줄기가 나무처럼 튼튼해서 모든 풀들이 눕는 강한 바람에도

홀로 꿋꿋하게 서 있는 식물이라는 의미의 이름이었다.

그 이후로는 독활을 정명으로 알고 더 알아보지 않았다.

  

  

그로부터 10년쯤 지나서 식물 분류에 깊은 식견이 있는 분으로부터

독활과 땅두릅은 다른 것이라는 말을 듣고 다시 혼란스러워졌다.

그제사 국가표준식물목록을 찾아보니 두 가지 이름이 모두 올라 있었고,

학명을 보니 독활(var. continentalis)이 땅두릅의 변종으로 되어 있었다.

그 차이는 땅두릅의 소화경(작은 꽃줄기) 길이가10~12mm인데 비해

독활은 그 길이가 절반인  5~6mm 밖에 되지 않다는 정도였다.

 

그러나 자료상의 수치로 재단하기가 애매한 개체도 많아서

현장에서 이런 식물들을 만나면 구별해내기가 쉽지 않다. 

다행스럽게도 독활은 강원 이북 지방에서 비교적 드물게 발견되며

전문가들 중에서도 두 식물을 같은 종으로 보는 견해도 있기 때문에,

헷갈리는 식물을 만나면 나는 그냥 땅두릅으로 불러줄 작정이다.

왠지 독한 놈 같은 독활보다는 입맛 돋구는 땅두릅이 좋아서다.

 

2016. 10.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