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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양지바른 들에서

성장의 인증서 꽈리불기



꽈리

Physalis alkekengi var. francheti (Mast.) Hort

 

풀밭이나 공터에 자라는 가지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50cm 정도.

줄기에 털이 없으며, 잎가장자리에 불규칙하고 부드러운 톱니가 있다.

6~9월 개화. 꽃의 지름은 1cm 정도로, 꽃이 진 뒤 꽃받침이 자라서

주머니 모양으로 열매를 감싸며, 그 가죽질의 열매로 꽈리를 만든다.

중국 원산으로 주로 관상용으로 재배되고 야생에서는 드문 편이다.

 

 


 

아이는 그해 가을에도 꽈리가 익기를 손꼽아 기다렸었다.

꽈리불기에 성공하면 또래들 중에서 고참 행세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덟 살이 되었던 지난봄에는 버들피리를 만들기에 성공했기 때문에

이번에 꽈리만 제대로 만들어 불면 크게 한번 뻐겨보리라 벼르고 있었다.

 

버들피리불기나 꽈리불기 한두 가지 실력으로 고참이 되는 것은 아니고,

팽이돌리기, 다람쥐잡기, 통나무 외날스케이트타기, 휘파람불기,

소 등에 올라타기, 장작패기, 대추나무 높은가지 올라가기 등

수많은 고난도 과정을 많이 해낼수록 골목 서열이 올라갈 수 있었다.

계집아이들의 과정은 사내아이들과 달랐지만 꽈리불기는 공통과정이었다.


(박해정 님 사진)

꽈리를 만들어 소리를 내기까지는 아이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꽈리가 빨갛게 익으면 풍선 같은 껍질을 벗겨 탱글탱글한 열매를 꺼낸다.

이 열매를 물렁물렁해 질 때까지 주무른 다음에 바늘이나 나무 가시로

꼭지부분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 씨앗을 빼내면 꽈리가 완성된다.

이렇게 꽈리를 만들기 까지도 손놀림이 서툰 아이에게 어려운 일이지만,

이것을 입안에 넣고 뽀드득 소리를 내는 기술도 이와 혀의 숙련된 동작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열 살이 넘기 전에는 성공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무튼 나는 여덟 살 가을에도 꽈리불기 과정을 통과하지 못한 채로

그 이듬해에 수많은 성장 인증 과정을 남겨놓고 서울로 전학을 갔다.

친구들과 함께 하리라고 믿었던 그 재미있는 놀이들과 멀어져

타향을 떠돌며 가끔 그 시절을 회상하는 즐거움으로 향수를 달랬다.

    

 

그리고 이루지 못한 것도 이룬 것도 없이 반세기를 돌아 귀거래했다.

이제 다시 꽈리를 만나면 꽈리불기에 즐거이 도전해볼 것이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입안에서 뽀드득 소리를 내던 작은 꽈리가

온갖 헛소리를 지껄이던 내 입 안에서도 소리를 낼지 의심스럽다.

 

2016. 10. 18.

 









 

땅꽈리

Physalis angulata L.

 

들이나 길가에 자라는 한해살이풀. 높이 30~40cm.

줄기에 털이 있고, 잎 가장자리에 큰 톱니가 있거나 없다.

8~10월 개화. 지름 1cm 정도의 꽃이 잎겨드랑이에 밑을 향해 달리며,

꽃 안쪽에 흑자색 무늬가 있다. 열대 아메리카 원산으로 제주도,

전남, 울릉도 및 중부지방의 해안과 도서에 분포한다.

 

 


 




알꽈리

Tubocapsicum anomalum (Franch. & Sav.) Makino

 

산지의 숲 가장자리에 자란다. 높이 60~90cm.

줄기는 굵기의 변화 없는 Y자 모양으로 많이 갈라진다.

7~8월 개화. 잎겨드랑이에 지름 8mm 정도의 납작한 꽃이

1~5개씩 달린다. 제주와 전남지방에 드물게 분포한다.

열매가 꽃받침에 완전하게 싸여있는 꽈리나 땅꽈리와는 달리

열매가 완전하게 노출되며 빨간색으로 익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