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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양지바른 들에서

개미탑의 꽃차례를 관찰하다



   개미탑

Gonocarpus micranthus Thunb. 


산과 들의 습한 양지쪽 풀밭에 자라는 개미탑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0~30cm. 줄기 밑 부분은 땅을 기며 가지를 치고 네모지다.

잎은 마주나지만 윗부분에서는 일부가 어긋나며 달걀모양이다.

7~9월 개화. 1mm 정도의 자잘한 꽃들이 밑을 향하여 달린다.

 

 





개미탑은 중부 이남지방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작은 식물이다.

양지바른 낮은 산비탈이나 들의 물기가 많은 땅에서 자라는 이 식물은

개미떼가 줄을 지어 가느다란 줄기를 올라가는 모습을 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줄기에 개미처럼 붙은 것들이 작은 꽃이고

그 모습들이 각각 다른 것에 자연스레 호기심이 발동하게 된다.


 


그 호기심을 충족시키려면 루뻬나 마이크로 렌즈가 필요하다.

개미탑은 개미들이 탑을 쌓듯이 자라면서 밑에서부터 꽃을 피운다.

맨 위에 있는 것은 새로 생긴 꽃봉오리고 그 아래로 내려오면서

수꽃, 성전환 단계, 암꽃, 결실하는 모습을 한 줄기에서 볼 수 있다.

 

수꽃 상태도 처음에는 수술이 두어 개 보이다가 활짝 피면 8개가 되고

수술에 묻은 꽃가루를 털어내면 수술이 녹듯이 사라진다.

여느 식물들이 그러하듯이 자화수분을 막기 위한 나름의 지혜다.

그 아래의 꽃들에서는 서서히 암꽃 상태로 변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암꽃 상태는 4개의 암술머리가 자잘한 털을 달고 있는 모양이다.

 

크기가 1mm도 채 안 되는 이 작은 꽃들은 순채 꽃을 100분의 1

축소한 듯한 모양으로 수꽃이나 암꽃이나 아주 아름답다.

이 꽃은 한창 무더운 여름에 그것도 습한 땅에서 피기 때문에

이 꽃차례를 관찰하거나 촬영을 하고나면 온 몸이 땀으로 젖는다.

돈 들여서 탁한 방에서 하는 사우나보다 더 건강한 땀 빼기 방법이다.

 

다른 이야기지만 호주의 어떤 개미들은 탑 모양의 집을 짓고 사는데,

묘하게도 오늘날 도시의 고층 아파트가 그 호주 개미탑을 빼닮았다.

거대한 개미탑에 살면서 개미처럼 일해야 하는 도시 사람들은

한번쯤은 산과 들로 나가 이 작은 개미탑도 찾아보면 좋을 듯하다.

 

2016. 1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