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3/정처없는 곳에서

현삼(玄蔘)가문의 어수선했던 종친회



토현삼

Scrophularia koraiensis Nakai

 

산지에서 자라는 현삼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5m정도.

줄기에 털이 없으며 잎겨드랑이에서 꽃자루를 많이 낸다.

6~8월 개화. 크기 5mm 정도의 꽃이 성기게 원추꽃차례를 이룬다.

큰개현삼에 비해 꽃받침이 깊게 갈라져 길고 끝이 뾰족하다.






어느 꽃 나들이 길에 현삼가문의 종친회를 우연히 엿보게 되었다

 

현삼 종손의 6촌뻘 되는 토현삼이 종손의 축사를 대신 읽었다.

그 축사는 '수십 년 동안 밭에서만 살아온지라 먼 길을 떠나

야생에서 열리는 종친회에 갈 수 없었다'는 사과의 말로 시작되었다.

 

축사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성질 급한 진땅고추풀이 볼멘소리를 했다.

원래 습지를 떠날 수 없는 나는 종친들 한 번 보려고 목숨 걸고 왔는데,

한 해밖에 살지 못하는 이몸은 종손 얼굴 한 번 못보고 죽게 되었소.‘

같은 처지에 있는 등에풀과 논뚝외풀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러자 역시 한해살이 습지식물인 구와말과 소엽풀, 성주풀, 등포풀도

남도에서 오며 가며 두 달이나 걸리는 천리 먼 길을 왔다고 투덜대고,

깔끔좁쌀풀은 제주에서 바다 건너 왔다고 하면서 한 술 더 떴다.

이에 질세라 주름잎이 쭈글쭈글한 노인도 힘든 걸음 했다며 생색을 내자

세 살 먹은 송이풀이 기껏해야 두살박이가 늙은척한다고 핀잔을 주었다.

이 때 물가에서 온 물칭개나물은 뙤약볕에 탈진해서 도중에 돌아갔다.

같이 온 문모초도 어지럽던 차에 물칭개를 부축하는 척하며 빠져나갔다.


 

이번에는 까칠하게 생긴 절국대가 토현삼에게 따져 묻는다.

그러면 현삼 종손과 4촌 되는 섬현삼이라도 왔어야 하지 않소?’

사면초가에 몰린 토현삼은 얼굴이 빨개져서 마치 제 잘못인양,

태풍 때문에 울릉도에서 배가 뜨지 못해서...’라고 말꼬리를 흐린다.

 

이때 현삼족에서 가장 번성한 개불알파의 큰개불알풀이 한마디 했다.

국화가문에는 국화가, 백합가문에는 백합이 가문을 빛내고 있는데,

식물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현삼가문 종손은 도대체 뭘 하는게요?

이참에 우리 가문에서 제일 잘나가는 우리 파가 종가가 되는 게 어떻겠소?’

옆에 있던 꼬리풀이 펄쩍 뛰며, ‘그건 안 될 말이요 개불알가문이라니 원...’

꼬리풀의 일갈에 며느리밥풀은 '꼬리가문도 거시기한데...'하고 중얼거렸다.

 

마지막으로 현삼가문에서 유일하게 회갑이 넘은 오동나무가 나서자

대부분이 한두 살짜리인 풀꽃 종친들은 그 연륜에 눌려 조용해졌다.

현삼(玄蔘)은 인삼을 닮은 뿌리를 검게 그을려 인간들의 약이 되어서 받은 이름이요.

우리 현삼족 대부분이 잡초 취급을 받는 문중인데 그나마 현삼 종손이 있어

가문의 체면이 서는 것이니 이제 종손에 대한 불평들을 거두시오.’


이리하여 어수선했던 현삼가문의 종친회가 잘 마무리되었다.

 

2016. 10. 11

 

 



 

 

큰개현삼

Scrophularia kakudensis Franch.

 

산지의 풀밭이나 숲 속에서 자란다. 높이 1m정도.

줄기는 네모지며, 잎은 긴달걀모양으로서 끝은 좁고 뾰족하다.

7~9월 개화. 지름 6mm 정도의 꽃들이 주로 줄기 끝에서

원추꽃차례를 이룬다. 토현삼에 비해 꽃받침이 얕게 갈라진다.


개현삼은 북방계 식물로 강원 이북에 드물게 자생하며

잎자루에 날개가 발달하는 특징이 있다.





  



섬현삼

Scrophularia takesimensis Nakai

 

울릉도의 해안지대에서 자란다. 높이 1m 정도.

잎은 넓은 달걀모양이고 털이 없다. 5~10월 개화.

꽃부리의 길이는 10정도이다.

 

현삼은 주로 약재로 재배하며 야생에서는 희귀하다.

현삼속 중에서 꽃이 녹황색이어서 쉽게 구분된다.


'꽃나들이 3 > 정처없는 곳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땅두릅과 독활(獨活)의 차이  (0) 2016.10.14
천사의 작은 선물 배초향  (0) 2016.10.13
동물농장 털이슬 가족  (0) 2016.10.01
세계적 희귀식물이라는 아마풀  (0) 2016.09.22
큰방울새란  (0) 2016.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