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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양지바른 들에서

불암산의 추억과 불암초



 불암초

Melochia corchorifolia L.


들이나 길가의 풀섶에 자라는 벽오동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30~60cm.

밑동에서 가지가 갈라지고 별 모양의 털이 있다. 8~9월 개화.

꽃은 가지 끝에 머리모양으로 뭉쳐서 달리고 지름은 7mm정도이며

흰색에 가까운 분홍색을 띤다. 경기도와 남부지방에 드물게 분포한다.

 





아열대지방이 고향인 불암초는 1960년대에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되었다.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를 이루는 불암산(佛巖山)의  동쪽에 있는

별내면 일대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어 불암초라는 이름을 얻었으나

지금 그곳은 도시화가 진행되어 이 풀이 자랄만한 땅이 없을 듯하다.

자료상으로는 남해안 지방이나 충청도에서도 드물게 자생한다고 하며

근래에는 경기도 연천 일대에 많이 번져서 꽃벗들이 찾고 있다.


   

불암초는 1969년에 이창복 선생이 서울대학교 논문집을 통해 발표한 이름이다.

정태현 선생은 그 이듬해인 1970년에 발간된 <한국동식물도감>의 식물편에

불암초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길뚝아욱이라는 이름으로 올려놓았고,

이영노 박사 또한 그가 펴낸 도감에서 길뚝아욱을 정명으로 썼다.

길뚝아욱이라는 이름은 길 둑에 자라는 아욱을 닮은 꽃이라는 의미인데,

이 식물이 자라는 환경과 꽃 모양에 어울리는 보편성이 있는 이름이다.

 

이 풀이 불암산 일대에만 자생한다면 불암초가 의미 있는 이름이겠으나

 단지 그곳에서 처음 발견되어 붙은 이름이라면 그 의미가 가볍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불암초를 국명으로 쓰는 까닭은

길뚝아욱이 일본 이름 노지아오이’(のじあおい)를 그대로 번역한 것이어서

국명으로 채택하자니 학자들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나에게는 불암초라는 이름이 특별한 의미가 있다.

4년 동안 불암산을 바라보며 생도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불암산 꼭대기까지 왕복 13km나 되는 산길을 선착순으로

뛰었던 혹독한 훈련과정은 지금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시절의 육체적 정신적 단련이 내 삶에 자신감을 주고

어떤 역경에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것에 감사한다.

 

2016. 9.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