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3/양지바른 들에서

옹굿나물은 다 어디로 갔을까



옹굿나물

Aster fastigiatus Fisch.


무덤이나 냇가에서 자라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100cm.

줄기에 능선이 있고, 아래쪽 잎에 톱니가 드물게 있다.

8~10월 개화. 머리모양꽃의 지름은 7~9mm 정도이다.

개망초에 비해 혀꽃이 넓고, 대롱꽃과 혀꽃의 수가 적다.




 


이름부터 귀여운 느낌이 드는 옹굿나물은 요즘 보기가 쉽지 않다.

묘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꽃인데, 꽃이 피기 전에 추석 벌초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옹굿나물을 추석이 늦게 든 어느 해 아슬아슬하게 만난 적이 있다. 

어느 꽃벗으로부터 빨리 와서 보라는 기별을 받고 과속으로 달려가,

잠시 벌초작업을 멈추어 줄것을 사정해서 가까스로 본 것이다.


그렇더라도 옹굿나물을 보기 힘든 까닭이 벌초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이름에 나물이 들어갔으니 옛날에는 나물로 먹을 만큼 흔했을 것이고,

묘지 뿐만아니라 볕 잘드는 풀밭이면 어디서나 잘 자라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꽃을 즐겨 찾아다니면서 왜 멸종위기로 분류된 식물들보다

옹굿나물을 더 만나기 어려웠는지 여러 가지로 추측을 해보았다.

기후나 환경의 변화, 무분별한 채취 때문일까도 생각해보다가

문득 개망초나 미국쑥부쟁이에게 의심이 갔다

 

개망초는 이 땅에 상륙한지 백년, 미국쑥부쟁이가 50년 정도다.

옹굿나물, 개망초, 미국쑥부쟁이 들은 모두 국화과의 식물로,

서로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고 꽃만 본다면 더욱 그러하다.

진화론에서는 비슷한 종끼리의 생존경쟁이 가장 치열하다고 한다.


(옹굿나물(왼쪽)과 개망초(오른쪽)은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며 멀리서 보면 비슷하다.)


이를테면 수분 곤충이 꽃을 찾아갈 때, 옹굿나물보다 꽃이 약간 커서

눈에 잘 띄는 개망초나 미국쑥부쟁이에게 더 많이 갈 수 있고,

개망초는 한 술 더 떠서 다른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는 독성 물질을 발산한다.


오늘날 우리나라에 개망초나 미국쑥부쟁이가 번지지 않은 구석이 없다.

이들이 노는 땅을 차지했을 리는 없고, 옹굿나물의 땅을 빼앗은 혐의가 짙다.

개항 무렵에 개망초가 들어왔을 때 나라를 잃었고

미국쑥부쟁이가 들어온 이후 우리 전통사회가 대책 없이 무너진 것이

과연 옹굿나물의 몰락과 무관한 우연일까.


2016.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