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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정처없는 곳에서

톱풀에 관한 그럴듯한 이야기




톱풀

Achillea alpina L.


산과 들의 풀밭에서 자라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50~120cm.

줄기가 곧게 서며. 잎은 톱날처럼 얕게 갈라진다. 6~ 10월 개화.

지름 7~9mm의 꽃이 가지와 원줄기 끝에 편평꽃차례로 핀다.

'산톱풀(var.discoidea)'은 꽃의 지름이 4mm로 작고 혀꽃이 젖혀진다.

 




중국을 여행하면서 구한 작은 야생화 책 (常見野花, 中國林業出版社. 2015.)

톱풀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어서 짤막하게 옮겨본다.

 

지금으로부터 2천여 년 전에 노반(魯班)이라는 뛰어난 대목(大木)이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왕으로부터 모년 모월까지 큰 궁궐을 지으라는 명령을 받고는,

궁궐에 쓰일 목재부터 마련하기 위하여 전국에서 수많은 도제들을 불러 모았다.

그 시대에는 나무를 도끼로 찍어서 다듬다보니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서

기한 안에 궁전을 지을 가망이 없게되자 노반의 고민은 날로 깊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도끼질을 하던 사람이 손에 피를 흘리는 것을 보고 까닭을 물으니,

옆에 있는 풀을 가리키며 그 풀잎에 무심코 손을 스쳤더니 피가 났다고 대답했다.

노반이 그 풀을 자세히 살펴보니 잎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이가 촘촘하게 있었다.

총명한 노반은 순간적으로 쇠로 이런 모양의 연장을 만들면

큰 나무도 쉽고 빨리 벨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냈다.

과연 쇠로 그 풀잎 모양의 연장을 만들어 나무를 자르고 켜보니

도끼로 나무를 찍어 넘겨서 다듬는 것 보다 몇 배나 일이 빨라져서

명령 받은 기한 안에 궁궐을 지을 수 있었고 큰 상을 받았다고 한다.


  

톱풀의 잎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톱을 발명하게 되었다는 이 이야기는

꽃에 얽힌 그렇고 그런 전설보다는 훨씬 리얼리티가 있어서 옮겨보았다.

근대 이후에 발명된 전기나 자동차는 누가 발명했다는 역사가 남아있지만,

톱이나 칼 같은 단순한 도구들은 자연 속에서 그야말로 자연스레 나왔을 것이다.

 

톱풀의 잎이 살갗을  벨 수 있을는지는 약간 의문이 들기는 하나,

억새 잎에 스쳤을 때 피부가 베이는 걸 보면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다.

이제 톱풀을 찾아서, 피를 볼 수도 있겠지만 즐거운 실험을 할 일이 남았다.

그 때까지 이 글은 미완성이다.

  

2016. 7. 13.


 



 

 

서양톱풀

Achillea millefolium L.


들이나 풀밭에서 자란다. 높이 60~100cm. 줄기는 털로 덮여 있다.

톱풀의 잎이 한 번 갈라지는데 비해, 잎이 2회 깃모양으로 잘게 갈라진다.

6~9월 개화. 흰색 또는 드물게 연분홍색 꽃이 모여 핀다.

유럽원산의 귀화식물로 관상용과 약용으로 재배되던 것이 야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