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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정처없는 곳에서

문명이 패모를 자유롭게 하다

 




중국패모

Fritillaria thunbergii Miq.

 

산자락에 나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80cm.

땅속에 지름 1.5~3cm 정도의 둥근 모양의 비늘줄기 2 개가 있다. 

4~5월 개화. 꽃의 지름 2cm 정도. 꽃 안쪽에 그물무늬가 있다.

중국 원산으로 약초로 재배되었으나 요즈음은 거의 야화되었다.

[이명] 점패모

 

 

 

 


 

낙동정맥의 높은 산줄기를 따라 걷다가 중국패모를 만났다.

중국패모는 옛날에 약초로 재배했던 식물이다.

이 식물이 자라는 주변을 둘러보니 땅은 평탄하였지만

 나무의 굵기로 보아 오십 년은 묵은 약초밭으로 짐작이 되었다. 

 

'패모'(貝母)라는 이름의 유래는 ‘詩名多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조선시대 말에 다산 정약용선생의 둘째 아들 정학유가

시경’詩經'에 나오는 동, 식물의 이름을 풀이한 것이다.

어떤 생물의 본질을 알려면 그 이름의 의미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취지로 쓴 이 책은 우리나라 최초의 생물도감이라고도 할 수 있다.

 

패모는 꽃잎의 모양과 무늬가 자개를 만드는 조개를 닮아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詩名多識’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런 조개를 주렁주렁 달고 있으니 ‘조개의 어머니’라고 할만하다.

또한 약용으로 쓰는 이 식물의 땅속줄기(鱗莖, 비늘줄기)도

조개껍질 모양을 닮았다고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패모는 옛날에 감기나 호흡기 질환에 약효가 있어서 재배되었지만,

지금은 산속의 오래 묵은 밭에서 제멋대로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현대 의학의 발달로 패모를 기를 필요가 없어졌을 것이다.

패모는 조선패모라고도 하며 자주색꽃이 피고 남한에서는 보기 어렵다.

남한 지역에서는 연한 황색꽃이 피는 중국패모를 드물게 볼 수 있는데

꽃이 피기 전까지는 이 두 식물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았다.

 

패모처럼 문명이 발달하면서 그 효용가치가 떨어져서

야생으로 돌아가 자유로워진 식물을 ‘야화식물’野化植物이라고 한다.

패모 외에도 섬유식물로 재배하던 ‘어저귀’가 야화되었고

절에서 야채로 재배하던 ‘양하’도 요즘은 거의 야화가 된듯하다.

문명이 이들 재배식물들을 자유롭게 해준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역사는 그 반대로 가고 있는 경향이 있다.

문명의 발달이 인간의 자유를 크게 넓혀준 것은 사실이나

한편으로는 소유욕을 끝없이 부추기고 있다.

현대인들은 보다 많이 소유하기 위해서

더 소중한 자유를 포기하고 있는 듯하다.  

 

 

2013. 2. 20.에 쓴 글을 2016. 12. 31.에 고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