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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정처없는 곳에서

백미꽃이 홀로 사는 까닭은...


 


백미꽃 Cynanchum atratum Bunge


산야의 양지에 자라는 박주가리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50cm 정도.

줄기가 곧게 서고 윗부분과 잎 뒷면에 짧은 털이 빽빽하게 난다.

5월 초순~6월 중순 개화. 꽃의 지름은 8mm 정도.

전국에 분포하나 매우 드물게 발견되며 군락을 이루지 않는다.






 

백미꽃은 타향에서 우연히 고향친구 만나듯이 드물게 보이는 식물이다.

십년 넘게 야생화를 찾아다니는 동안 겨우 두어 포기를 만난 정도라서

멸종위기 1급으로 보호받는 식물을 만났을 때보다도 반가웠던 꽃이다.

 

백미하면 삼국지에 나오는 백미 마량(白眉 馬良)이 먼저 생각난다.

그의 다섯 형제가 모두 뛰어난 인재였으나 마량이 그 중 최고였다고 전해지는데,

그가 젊었을 때부터 눈썹이 희어서 붙은 별명이 '흰 눈썹'이라는 뜻의 '白眉'였다.

이 고사에서 유래된 '백미'가 요즈음에는 예술적 걸작을 일컫는 말로 종종 쓰인다.


                                        (내륙에서는 백미꽃이 드물게 1~2개체씩 발견된다)

 

백미꽃은 흔히 빼어나다는 뜻으로 쓰는 백미(白眉)와는 거리가 멀고

흰 백()자에 고비 미(薇), 또는 작을 미()자를 써서 白薇나 白微라고 쓰며,

한약재로 쓰이는 이 식물의 뿌리가 희고 가는데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백미꽃은 대개 한 포기나 기껏해야 두어 포기씩 외롭게 산다.

이 꽃을 몇 번 만난 사람들은 도대체 그들의 고향은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짝을 구하는지, 친구도 없이 어찌 홀로 사는지 궁금해진다.



(제주도에서는 여러 포기가 뭉쳐나는 백미꽃을 볼 수 있다)

 

백미꽃은 동아시아의 북쪽인 중국 북부나 몽골이 고향으로 보이는데,

지구온난화 때문에 점점 그들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약재로 널리 쓰였다는 옛 기록이 남아있는 이 식물이

멸종위기종보다 더 만나기 어려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요즈음 우리나라 내륙에서는 5월부터 때 이른 더위가 오지만

제주도는 훨씬 남쪽에 있으면서도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시원하다.

그런 연유로 제주도에서는 날씨가 더워지지 않는 5월에

여러 포기가 모여 꽃을 피우는 백미꽃을 만나게 되는가 싶다


2016. 6. 9. 

 

 

 



 

덩굴민백미꽃

Vincetoxicum japonicum (C. Morr. & Decne.) Decne.


바닷가 근처의 풀밭이나 바위틈에 자란다.

줄기의 길이 30~80cm. 줄기는 곧게 서다가

윗부분이 덩굴성으로 변한다.

5월 중순~6월 중순 개화.

노란색 또는 분홍색 꽃을 피운다.

제주도와 전남 진도에서 드물게 자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