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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3/양지바른 들에서

털별꽃아재비에 남은 진화의 흔적

 



 털별꽃아재비

Galinsoga ciliata (Raf.) S.F.Blake


들이나 길가의 빈터에 자라는 국화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1050cm.

전체에 거친 털이 촘촘히 난다. 611월 개화. 두상화의 지름 약 5mm.

흰색의 혀꽃에 3갈래의 톱니가 있고, 노란색 대롱꽃은 끝이 5갈래이다.

[이명] 큰별꽃아재비, 털쓰레기꽃

 

  

 

 

 

 

 

털별꽃아재비라는 꽤 긴 이름을 가진 꽃이 있다.

그 이름대로 별꽃과 비슷하고 털이 많이 달린 풀이다.

이 꽃에는 털쓰레기꽃이라는 천대받는 듯한 별명도 붙어있다.

짐작건대, 대개의 귀화식물이 그렇듯이 컨테이너 박스 같은데 씨앗이 묻어들어와서

야적장 주변의 쓰레기 더미에서 일단 자리를 잡고 정착할 곳을 엿보다가 얻은 이름이지 싶다.

남아메리카에서 들어온 것으로 알려진 만수국아재비도 쓰레기풀이라는 별명이 있다.

 

 

어느 날 이 작은 꽃을 들여다보다가

전혀 다르게 생긴 꽃이 같은 포기에 달려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 식물의 꽃은 가운데에 노란색의 대롱꽃(冠狀花)이 빽빽하게 박히고,

그 둘레에 꽃잎 같은 하얀 혀꽃(舌狀花) 다섯 개가 달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어떤 송이는 혀꽃들도 가장자리에 옹기종기 대롱꽃처럼 모여 피어있었다.

모든 생물에는 기형이 태어날 수 있으므로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갔지만,

잊을만하면 몇 년에 한 번은 털별꽃아재비의 이상한 꽃을 만나곤 했다.

 

털별꽃아재비에 드물게 나타나는 특이한 꽃

 

문득 이 꽃이 진화의 흔적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자들은 국화과 꽃들의 혀꽃 끝에 있는 톱니를 진화의 흔적으로 본다.

그 혀꽃 하나하나는 수십, 수백만 년 전에는 초롱꽃처럼 생긴 통꽃이었는데,

곤충들을 더 많이 불러들이려고 꽃을 평평하게 펼쳐서 혀꽃이 되었다고 한다.

털별꽃아재비의 하얀 혀꽃 끝에는 분명한 톱니가 세 개 있다.

이 혀꽃은 원래 여러 갈래의 꽃잎을 가진 작은 깔때기 모양의 통꽃이었는데,

언젠가 꽃 전체를 크게 보이려고 가장자리의 통꽃들이 손바닥처럼 펼쳐지고,

손가락처럼 남은 꽃잎의 갈래가 점점 합쳐지고 작아져서 톱니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몇 년 만에 우연히 만났던 털별꽃아재비의 이상한 꽃들은

수십, 수백만 년 전의 모습을 찾고 싶다고 반란을 일으켰던 것은 아닐까? ‘

이 붙지 않은 별꽃아재비도 있지만, 아주 드물게 관찰되는 편이다.

이 별꽃아재비에서도 이런 기이한 꽃들을 가끔 볼 수 있다.

 

눈곱만한 꽃잎 하나에도 수백 만 년의 흔적이 있다고 생각하니,

이 작은 들꽃들을 볼 때마다 무릎을 굽히지 않을 수 없다.

 

2014. 10. 23. 꽃이야기 301

 

 

 

 

 

 

 

별꽃아재비

Galinsoga parviflora Cav.


 털별꽃아재비에 비해 혀꽃이 작으며

털이 드물게 난다.

전국에 분포하나 드물게 관찰된다.

[이명] 쓰레기꽃, 두메고추나물

(이동희 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