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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백두산에 피는 꽃

씨배동무가 보여준 노루발풀들

 

분홍노루발

Pyrola asarifolia subsp. incarnata (DC.) Haber & Hir. Takah.

 

고산의 삼림 속에 나는 노루발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20cm 정도.

잎은 밑동에서 나오며, 넓은 타원형, 가장자리에 얕은 톱니가 있다.

6~7월 개화. 꽃줄기의 전초를 약용한다.

한국(중부 이북) 등 동북아시아와 북아메리카에 분포한다.

[이명] 분홍노루발풀

 

 

 

 

 

‘아즉도 꼬지가 아이 핏네..., 씨배!’

백두산을 탐사할 때 함께한 조선족 가이드의 말투가 늘 그랬다.

우리말로는 ‘아직 꽃이 피지 않았네, 젠장!’ 뭐 이정도의 말이다.

그 친구는 무슨 일이 잘 안 풀릴 때 마다 ‘씨배!’를 붙였다.

우리 일행을 실망시켜서 미안한 마음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를 ‘씨배동무’라고 부르게 되었다.

 

어느 해 백두산 탐사일정을 마치기 하루 전날이었다.

‘씨배동무, 사흘 전에 새끼노루발이 막 피기 시작하던데,

그걸 제대로 보지 못하고 돌아가게 되어서 아쉽네요.’

‘아이 그게 무시기 소리요. 새벽에 가믄 되지요. 씨배!’

여기서 ‘씨배!’ 는 ‘그까짓거’ 정도로 해석이 된다.

비행기 시간을 맞추려면  늦어도 7시에는 출발해야하는데,

새벽 같이 출발해서 잠깐 보면 되지 않겠냐는 말이다.

나는 제 몸 사리지 않고 늘 최선을 다해준 그를 좋아한다.

 

(씨배동무가 새벽에 안내해준 덕분에 볼 수 있었던 새끼노루발)

 

그 친구 덕분에 꽃이 잘 핀 새끼노루발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노루발과 매화노루발 정도가 자생하고 있지만,

백두산의 원시림에는 분홍노루발, 새끼노루발, 홀꽃노루발,

콩팥노루발, 호노루발 등 여러 가지 노루발이 산다.

그의 덕분에 빠듯한 탐사일정에 이런 노루발들은 물론이고,

백두산의 다양한 식물생태계를 알차게 둘러볼 수 있었다.

 

북한에서는 이 친구를 한 달 남짓 평양에 모셔다가 귀빈 대접을 하며

한국 관광객들이 북한을 좋아할 수 있도록 체제선전 공작을 했다.

그러나 이 씨배동무와 오랫동안 같이 다니면서 그 언동을 보니

이 사람이 줏대 없이 그들의 앞잡이가 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의 얘기를 들어보면, 아무리 우리의 힘이 압도적이더라도

북한이 쉽게 무너지거나 우리의 기대처럼 흡수될 것 같지는 않다.

북한 주민들은 남한 주도의 통일이 되어 자본주의 사회의 노예가 되고

그들의 어여쁜 여인들을 돈에 빼앗기고 사람 취급 받지 못하고 사느니,

자칭 ‘강성대국’에서 굶주리더라도 큰소리치는 길을 받아들이는 듯하다.

 

백두산 주변은 식물 생태계도 다양하지만 생각도 넓어지는 곳이다.

우리 사회의 도덕적 해이와 계층 간의 갈등을 이대로 안고서는

나머지 반쪽을 껴안을 명분도 포용력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2013. 3. 4. 꽃 이야기 188.

 

 

 

 

 

 

노루발

Pyrola japonica Klenze ex Alef.

 

산지의 그늘에 나는 늘푸른 여러해살이풀. 높이 25cm 가량.

잎은 밑동에 뭉쳐나고, 꽃줄기가 곧게 선다.

뿌리에서 뭉쳐나는 잎이 노루의 발자국처럼 듬성듬성 자란다.

6~7월 개화. 수술은 10개, 암술대가 길어서 꽃 밖으로 늘어져

나와 있는 모습도 노루의 발을 닮았다. 곤충들이 이 늘어진 암술대에

매달려서 꽃가루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수분이 이루어진다.

전초를 약용한다. 한국(전역), 일본, 중국 동북 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노루발풀

 

 

 

 

 

콩팥노루발

Pyrola renifolia Maxim.

 

깊은 산의 침엽수림 밑에 나는 상록 여러해살이풀. 높이 10~20cm.

잎은 1~3 장이 밑동에서 어긋나기를 한다.

잎자루가 길고 둥근 콩팥 모양이고 부드러운 톱니가 있다.

6~7월 개화. 전초를 약용한다.

한국(울릉도, 부전고원, 백두산), 일본, 중국 동북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콩노루발, 콩팥노루발풀

 

 

 

호노루발

Pyrola dahurica (H.Andres) Kom.

 

 

산지에 나는 상록성 여러해살이풀. 높이 25cm 가량.

잎은 밑동에서 뭉쳐나고, 잎자루가 길며, 원형이다.

6~7월 개화. 전초를 약용(이뇨, 해독)한다.

한국(백두산, 부전고원), 중국 동북 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북노루발, 조선노루발, 호누루발풀

 

 

 

 

 

새끼노루발

Pyrola secunda L.

 

고산의 침엽수림 밑에 나는 상록성 여러해살이풀. 높이 15cm 가량.

잎은 3~4장씩 뭉쳐나며, 끝이 뾰족하며, 잔 톱니가 있다.

7~8월 개화. 꽃의 지름 8mm 가량, 8~15 송이가 치우쳐 달린다.

한국(북부), 일본, 북반구의 아한대 지방에 분포한다.

[이명] 좀노루발

 

 

 

 

 

 

홀꽃노루발

Moneses uniflora (L.) A.Gray

 

산지에 나는 상록성 여러해살이풀. 높이 5~10cm.

잎은 밑동에서 나오며, 계란 모양으로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7월 개화. 꽃의 지름 2cm 가량, 줄기마다 한 송이씩 달린다.

원줄기와 잎을 약용한다. 한국(북부) 및 동북아시아에 분포한다.

[이명] 멧노루발, 백두산노루발, 홀꽃노루발풀

 

 

 

 

매화노루발

Chimaphila japonica Miq.

 

산지에 나는 상록성 여러해살이풀. 높이 5~10cm.

가지가 약간 갈라지며 잎은 어긋나며 두꺼운 가죽질이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5~6월 개화. 꽃의 지름 1cm 가량.

한국(전역), 일본, 타이완,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매화노루발풀. 풀차

 

 

 

 

 

산형노루발(가칭)

 

백두산의 황송포 습지에서 근래에 발견된 특이한 모양의 노루발로,

현재 학명 등 식물분류계통상 자리매김이 되지 않은 듯하다.

습기 풍부한 침엽수림아래서 콩팥노루발과 섞여서 자란다.

긴 주격모양의 잎이 5~6장씩 이중으로 돌려나기를 한다. 6~7월 개화.

꽃은 매화노루발의 꽃과 비슷하며, 꽃줄기의 높이는 10cm 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