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감채
Lloydia serotina (L.) Rchb.
높은 산의 암석지대에서 자라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7~20cm. 6~7월 개화. 꽃의 지름은 1cm 정도이다.
한국, 일본, 북반구의 한대 및 고산 지역에 분포한다.
[이명] 두메, 산무릇, 두메무릇.
내 생애 처음으로 백두산 천지에 오르던 날,
때맞추어 고산 초원에 꽃들이 피기 시작했다.
수많은 꽃들 중에서도 작고 하얀 꽃무리가
바람에 흔들리며 피어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일행 중에 누군가가 탄성을 질렀다.
‘감개무량(感慨無量)하다!’
그 ‘감개무량’ 때문에 불현듯 그 꽃 이름이 떠올랐다.
말로만 들어왔던 ‘개감채’였다.
'두메무릇'이라는 우리말 이름을 두고
왜 뜻 모를 '개감채'를 국명으로 했는지 모르겠으나,
그 이름만큼이나 멀고도 낯선 곳에서 피고 있었다.
이 전까지는 우리나라에서 ‘나도개감채’만 보면서
작은 백합 같은 꽃이 참 어여쁘다고 생각했었다.
‘나도’가 이 정도니 ‘진짜’는 얼마나 대단할지 오매불망하였던지라,
백두산 꼭대기에서의 첫 상봉은 말 그대로 ‘감개무량’이었다.
백두산 툰드라에서는 6월에 들어서야 눈이 녹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밤에도 꽃이 얼지 않을 정도로 따뜻해지는 날,
수많은 꽃들이 색색의 물감을 풀어놓은 듯이 핀다.
이 꽃들은 그 때부터 두 달 안에 열매를 맺고 다시 눈 속에 묻힌다.
(지리산 자락의 나도개감채)
개감채는 한반도의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먼저 꽃 피우는 풀꽃이다.
고산초원의 바람은 키 큰 나무가 살 수 없을 만큼 거세다.
이 작은 풀꽃이 그 바람을 견디는 모습은 가상하다.
가냘프지만 부드러운 줄기가 바람결에 춤추면서
깔때기 모양의 작은 꽃을 풍향계처럼 회전시킨다.
바람을 등지면서 꽃 모양을 온전히 지켜내는 것이다.
이 가녀린 풀꽃은 수백만 번을 누웠다가 일어나도
그 모습이 흐트러지지 않는 지혜로운 절개를 가진 꽃이다.
그 옛날, 백두산 돌이 다 닳도록 칼을 갈고 (白頭山石磨刀盡)
두만강 물은 말을 먹여 없애겠다(頭滿江水飮馬無)던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스물여덟 꽃다운 나이에 사라졌지만
이 작은 꽃들은 수천 년을 피고 진다.
장엄한 백두의 영봉들과 깊고 푸른 천지도 유구하다.
2011. 6. 27. 꽃 이야기 229
나도개감채
Lloydia triflora (Ledeb.) Baker
깊은 산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0~25cm.
4~5월 개화. 개감채에 비해서 꽃잎이 깊게 갈라진다.
개감채는 꽃잎에 갈색 줄무늬, 나도개감채는 녹색 줄무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리산 및 덕유산 이북에 분포한다.
[이명] 가는잎두메무릇, 꽃개감채, 산무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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