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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백두산에 피는 꽃

잃어버린 땅에서 만난 꽃고비

 

꽃고비

Polemonium racemosum Kitam.

 

고원의 풀밭에서 나는 꽃고비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60~90cm. 깃꼴겹잎이 고비와 비슷한 모양이다.

6~8월 개화. 꽃의 지름은 1.5cm 정도이다.

한국 북부, 일본, 중국 동북부 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함영꽃고비

 

 

 

 

 

 

복주머니란들이나 실컷 보자고

북간도에 갔다가 낯선 연보라색 꽃을 만났다.

 

도라지종류일까 싶어서 유심히 들여다보니,

그 잎 모양이 양치식물인 고비를 닮았다.

꽃이 피고, 잎이 고비를 닮았으니 ‘꽃고비’일 것이다.

‘고비’와 ‘꽃고비’는 완전히 다른 식물분류계통이지만,

잎 모양이 닮아서 '고비'라는 이름만 빌려왔지 싶다. 

 

꽃고비처럼 지금 우리가 갈 수 없는 북한 땅의 꽃들은

남의 나라 땅에서 보는 걸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요즈음 야생화에 깊이 빠져든 사람들은

백두산뿐만 아니라 만주벌판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이 사람들의 핏 속에는 ‘이곳은 우리나라 땅이다’라는

유전자가 수천 년을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는 듯하다.

 

아닌 게 아니라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 가면

관공서나 상점의 간판이 한글로 우선 표기되어 있어서,

이곳이 우리나라가 아닐까하는 착각에 빠지기 십상이다.

언어가 같고, 음식과 옷차림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용정, 일송정, 해란강 같은 지명들도 귀에 익은 곳이다.

 

수천 년 동안 우리 겨레가 살아온 땅이었고,

민족시인 윤동주도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지금은 오성홍기가 펄럭이는 땅이라니....

잃어버린 옛 땅을 되물리기는 고사하고

겨레가 갈라선지 반세기가 넘었는데도

다시 하나가 되려는 노력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반쪽 땅에서조차 정치적 사회적 갈등만 깊어가는 듯하다.

눈앞의 밥그릇 싸움에 쌍심지를 켜는 요즘 이 나라에서

과연 누가 저 광활한 옛 땅을 꿈이나 꾸고 있을까?

 

꽃고비의 꽃말이 ‘날 보러 와요’라고 한다.

우리가 되물려야 할 아름다운 그 땅에서

꽃고비가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다.

이 고약한 역사의 고비를 슬기롭게 넘어서 말이다.

 

 

2011. 6. 29.   꽃 이야기 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