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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백두산에 피는 꽃

땃딸기의 이름에서 찾은 옛 땅

 

땃딸기

Fragaria yezoensis H. Hara

 

양지바른 산자락에 자라는 장미과의 여러해살이풀.

전체에 털이 있고 기는 가지로 번식한다.

6~7월에 15∼30cm 자란 꽃줄기 끝에 흰색 꽃이 핀다.

열매를 식용하며, 한국(강원 이북),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따딸기(북한명)

 

 

 

 

 

백두산 높은 곳의 봄은 6월에 시작된다.

6월 말에 들어서야 천지를 둘러싼 산자락의 눈이 녹고

천지의 얼음이 풀려서 장백폭포의 물줄기가 거칠어진다.

이 눈과 얼음이 녹은 물소리에 백두의 봄꽃들이 눈을 뜬다.

땃딸기의 하얀 꽃도 이 무렵에 피기 시작한다.

 

땃딸기는 요즘 말로 하면 '땅딸기'이다.

산딸기가 대부분 목질의 덩굴에 달리는데 비해

땃딸기는 땅을 기면서 자라는 초본성 덩굴에 열린다.

 

식물 분류계통으로 보면 이 땃딸기가

요즘 먹는 재배 딸기의 직계 조상이다.

땃딸기는 밭에서 기른 딸기보다 단맛이 좀 덜할 뿐

비타민C와 영양은 오히려 더 풍부하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땃딸기’를 '따딸기'라고 부른다.

북한에서 ‘따’는 ‘땅’을 뜻하는 접두사이다.

그리고 '따'는 '땅'의 제주도 방언이기도 하다.

사실 북한이나 제주도의 방언만은 아니다.

옛날에 천자문을 배울 때, '하늘 천 따 지'라고 했으니

아주 옛날에는 '땅'이 '따'이었으리라 추측된다. 

 

그러다가 어느 시대에 '따'가 '땅'이 되어 버렸다.

‘따’ 밑에 'ㅇ'이라는 바퀴를 달아 ‘땅’이 될 무렵에

땅을 굴리는 부자들의 세상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언제부터인가 땅 가진 자들이 땅땅거리고 있다.

 

백두산 땃딸기가 피는 너른 '따'에는

아직은 돈 냄새가 덜 나서 좋다.

임자 없는 '따'이 많아서 좋다.

꽃향기 넘치는 그 넓은 '따'가 좋다.

 

 

2013. 1. 18. 꽃이야기 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