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채
Calla palustris L.
고원습지에서 자라는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5∼30cm.
꽃자루 끝에서 넓은 타원형의 불염포에 싸인 꽃이삭이 자란다.
6∼7월 개화. 한국 등 북반구의 북부 지역에 분포한다.
[이명] 진펄앉은부채
* 북한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6월 쯤, 백두산 주변의 습지에서는 산부채 꽃이 핀다.
앉은부채의 친척벌인 산부채는 물에 사는 식물이다.
동행한 분이 물에 사는 것을 왜 산부채라고 할까? 라고
혼잣말을 하지만, 그럴듯한 대꾸가 생각나지 않았다.
언젠가 앉은부채의 이름이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앉은부처'가 아닐까 했더니 여러 사람들이 공감을 해주었다.
이치대로 하자면, 산부채는 '물부처'라고 고쳐 불러야 마땅하다.
이 식물이 고원습지에 살기는 해도 고원과 산은 다르기 때문이다.
앉은부채나 애기앉은부채야 말로 산에서 자라므로,
물에서 사는 식물을 산부채라고 부르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꽃 이름 중에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지만,
그만한 사연이 있으려니하고 시비하지 않으려 해도,
이 산부채라는 이름은 아무래도 불편하고 마뜩치가 않다.
옛날 한양 도성의 출입문인 사대문, 사소문의 이름만 보아도
우리 조상들의 깊고 또 깊은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동대문에 해당하는 ‘흥인지문(興仁之門)’의 사례는 그중 유별하다.
수도인 서울은, 좌청룡 우백호 중 좌청룡에 해당하는
동쪽 산줄기가 짧아 지기(地氣)가 약했다.
그 기를 보강하려고 다른 대문들의 이름은 석 자로 했지만,
‘흥인지문’만은 어조사 '지(之)'를 넣어서 넉 자로 만들었다.
옛 사람들은 글자 한 자도 산맥처럼 크게 여겼던 것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 꽃이름들은 소홀히 지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들꽃의 이름을 한 가지씩 알아가는 즐거움에 빠져들었을 때,
도무지 이해가 안 되고, 일본 냄새도 나고, 혼돈스럽고 이상하게 여겨졌던 것이 많았다.
그것이 발단이 되어 백두산으로부터 제주도까지 방방곡곡을 헤맨 지 십 년이 되었다.
언젠가 남북이 하나 되는 그날이 오면,
서로 다른 꽃이름들을 다시 살펴 새로 정해야 할 것이다.
남북 식물학자들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을 때,
내 생각도 들어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어
이 어설픈 글들을 쓰고 있다.
2012. 9. 10. 꽃이야기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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