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2/백두산에 피는 꽃

꿈의 안테나를 높이 세운 나도범의귀

 

나도범의귀

Mitella nuda L.

 

깊은 산의 숲에서 자라는 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5∼25cm. 5~6월 개화. 꽃잎은 생선뼈 모양으로

5개이며, 꽃받침이 꽃처럼 보인다.

한국(강원, 함경도), 일본, 중국 동북지방에 분포한다.

[이명] 새납풀(북한명), 덩굴풀매화.

 

 

 

 

 

 

 

나도범의귀는 백두산 일대에서 자라는 북방계 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남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검룡소 일대에서

수년 전에 발견되어 식물학계가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다섯 장의 꽃잎이 생선뼈를 닮은 듯한 이 꽃은

조물주의 독창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별난 꽃을 오매불망하여 수소문을 했더니,

지키는 사람이 있어서 꽃을 보는 일이 구차스러운 듯했다.

 

이 꽃을 마음 편히 보려고 백두산까지 갔다.

내 나라 땅에 있고 북한 땅에도 흔히 있을 식물을

남의 나라 돈벌이 시켜가면서 보려하니 언짢았지만,

이 별난 녀석을 만나고픈 유혹을 떨칠 수가 없었다. 

 

 

백두산 주변 어두운 원시림, 거목의 발치아래서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 풀을 어렵지 않게 찾았다. 

마침 깊은 숲을 뚫고 들어온 강렬한 햇살이

첫 만남의 감동을 더욱 크게 해주었다.

 

사람들은 언젠가부터 이꽃을 ‘안테나꽃’이라고 불러왔다.

그 ‘안테나’는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 소통을 바라고,

우주와 대자연과 교신하며 그 영감을 받고 싶은 마음,

저마다의 소망을 전하고 싶은 이심전심에서 생긴 별명이라 짐작한다.

 

사무엘 울먼 Samuel Ullman의 ‘청춘’(Youth)이라는 시에는

나도범의귀가 달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안테나가 등장한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라는 유명한 구절로 시작되는 그 시는

우리에게 ‘꿈의 안테나(aerials)’를 선물하며 끝을 맺는다.

 

 

 

꿈의 안테나를 높이 세워, 희망의 전파를 끝없이 받는 한,

그대는 80에도 청춘인 채로 죽을 수 있다.

(But as long as your aerials are up, to each waves of optimism,

there is hope you may die young at 80.)  

 

세월이 주름을 늘게 하고, 열정이 식어갈 때,

번민과 두려움, 의구심과 실망이 우리를 지치게 할 때,

나도범의귀, 그 희망의 안테나를 그려보면 어떨까?

 

 

 

2012. 9. 6. 꽃이야기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