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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백두산에 피는 꽃

천지의 또 다른 이름, 비로용담 (毘盧龍潭)

 

비로용담[盧龍膽]

Gentiana jamesii Hemsl.

 

높은 산의 풀밭에 자라는 용담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5∼12cm. 7~8월 개화. 뿌리를 약용한다.

한국(강원도 이북)·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비로과남풀, 비로봉용담, 백산용담

* 북한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있다.

 

 

 

 

 

우리나라 유명한산에는 대개 비로봉(毘盧峰)이 있다.

금강산이나 묘향산, 오대산, 소백산과 같은 명산의 최고봉이 비로봉이니

불가에서 '가장 높은 경지'의 부처 이름인 '비로(毘盧)'와 그 의미가 걸맞다.

'비로'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신비롭고도 귀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정작 가장 높은 백두산의 열여섯 봉우리 중에는 비로봉이 없다.

백두산 한가운데 비로봉이 있을 자리에 천지가 있기 때문일까?

이 하늘 연못(天池)의 다른 이름을 용담(龍潭)이라고도 하니

백두산에는 비로봉을 대신해서 '비로용담(毘盧龍潭)'이 있는 셈이다.

 

 

그리고 또, 없는 비로봉을 대신해서 비로용담(毘盧龍膽)이라는 꽃도 핀다.

수 천 가지 우리꽃 이름 중에서 '비로'가 들어간 것은 이 한 가지 뿐이다.

꽃은 자그마하지만 천지의 물빛과 백두의 하늘빛을 닮은 꽃의 색깔은

비로라는 그 이름으로 하여 더욱 신비롭게 느껴진다. 

 

비로용담은 남한 지역에서는 강원도 대암산에 자생하고 있다.

대암산 용늪은 람사르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이 되어있어서,

비로용담을 보려면 백두산으로 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지금은 갈 수 없는 북녘 땅 어느 높은 산이나

개마고원에도 비로용담이 무리지어 필 것이다.

 

오늘날 그 땅의 권력은 비루하고 백성들은 참담하다.

그들의 어린 병사들은 국경을 넘나들며 구걸과 절도를 하고

절망에 이른 주민들은 목숨을 걸고 압록강, 두만강을 넘는다.

 

(백두산 관광거점도시 이도백하의 북한 식당. 어느 정도 식사서비스가 끝나면 여종업원 8명 중 4명이 옷을 갈아입고 공연을 한다)

 

 

연변과 백두산 주변의 북한 식당에서는 젊고 예쁜 외화벌이 일꾼들이

동족의 인정에 호소하는 노래와 춤으로

한국 관광객들로부터 돈을 벌어들인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만든 무기들을 움켜쥐고

북한 정권은 걸핏하면 이 땅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비로용담이 피는 백두산의 남쪽은 지금 이렇게 '비루참담(鄙陋慘憺)'하다. 

언젠가 우리 땅을 밟으며 우리의 백두산에 올라

남의 나라 눈치 보지 않고 비로용담을 만날 그날을 기다리는 마음은

너와 내가 다르지 않으리라.

 

2012. 8. 12 꽃이야기 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