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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바닷가에 피는 꽃

안쓰러운 이름, 바위채송화와 땅채송화

 

바위채송화

Sedum polytrichoides Hemsl.

 

해발 700m 이상의 높은 산에 나는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7cm 가량. 잎은 도톰하고 뾰족하며 길이는 1.5cm 가량.

7~9월 개화. 어린순은 식용한다.

한국(중부 이남)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개돌나물, 대마채송화.

 

 

 

땅채송화

Sedum oryzifolium Makino

 

바닷가 갯바위에 붙어 자라는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7~12cm. 잎은 원기둥처럼 도톰하고 길이는 3~6mm 가량.

5~7월 개화. 한국(중부 이남)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제주기린초, 갯채송화.

 

 

 

 

 

아들 녀석이 중학교에 다닐 무렵에 있었던 일이다.

지금은 기억조차 할 수 없는 사소한 잘못을 저질러서

‘나를 아버지라 부르지 마라’며 농담 삼아 핀잔을 주었더니,

그때부터 이 녀석이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고...’ 하는

홍길동전의 한 대목을 입에 달고 다니며 복수(?)를 했다.

 

생각 없이 한 핀잔으로 아들에게 덜컥 빌미를 잡힌 까닭인즉,

하필이면 국어시간에 그 대목을 배운 직후였기 때문이었다.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고...’라는 유명한 대목은

첩의 자식이었던 홍길동의 설움을 잘 나타낸 구절이다.

 

우리 야생화의 이름에도 이런 서러운 이름이 있으니,

‘바위채송화’와 ‘땅채송화’가 바로 그것이다.

식물 분류계통으로 보면 이들은 돌나물속(Sedum)의 풀인데,

쇠비름속(Portulaca)의 외래종인 ‘채송화’의 이름을 쓰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아버지와 형제는 분명히 A씨인데,

B씨 집안의 족보에 올라 있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다.

 

(땅채송화, 전남 영광의 해안 절벽, 이런 식물을 땅에 산다고 한다.)

 

성은 그렇다 치고, 그 이름 또한 함부로 붙였다는 느낌이 든다.

돌나물속 식물 대부분이 바위에 붙어살므로

돼지를 ‘네발돼지’라고 부르는 것만큼이나 ‘바위채송화’는 의미 없는 이름이다.

‘땅채송화’라는 이름은 더욱 이 식물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한다.

갯바위에 사는 식물을 ‘땅채송화’라고 부르는 것은

‘미역’을 ‘야채’라고 부르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더욱이 안타까운 일은 이 이름들이 예로부터 전해온 것이 아니라,

근세에 남미 원산의 채송화가 들어온 이후에 붙여진 이름이고,

기껏해야 광복 이후에 이름을 지은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이 자그마한 풀꽃들에게 조금이라도 올바른 이름을 찾아주자면,

‘바위채송화’는 꽤 높은 산에 살므로 ‘산돌나물’이나 ‘고산돌나물’로,

‘땅채송화’는 바닷가 갯바위에 붙어살므로 ‘갯돌나물’로 불러야 옳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금과옥조로 여기는 ‘선취권’이 있어서

식물의 이름을 고치는 일이 헌법 개정보다 더 어려운 듯하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고치는 것이 순리이다.

어떤 일이건 이미 늦은 일은 없다는 것이 나의 믿음이다.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는 '바위채송화'와 '땅채송화'가 늘 안쓰럽다.

 

 

2012. 3. 31. 꽃이야기 54.

 

 

 

 

 

 

돌나물

Sedum sarmentosum Bunge

 

산지와 들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5cm 가량.

줄기는 땅 위로 뻗어가며, 각 마디에서 뿌리가 나고,

꽃줄기는 곧게 선다. 잎은 보통 3장씩 돌려난다.

5~6월 개화. 어린 순은 식용한다.

한국(전역), 일본, 중국에 분포한다.

[이명] 돋나물(돈나물), 석상채(石上菜)

 

 

 

 

말똥비름

Sedum bulbiferum Makino

 

들이나 논 사이에 나는 두해살이풀. 높이 10~20cm.

원 줄기 밑부분이 옆으로 뻗으면서 마디에서 뿌리가 나온다.

6~8월 개화. 한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싹눈돌나물, 알돌나물, 알돌나물아재비 

 

 

 

 

 

 기린초

Sedum kamtschaticum Fisch. & Mey.

 

산의 바위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0~30cm.

줄기가 뭉쳐나며, 잎은 어긋나고,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6~7월 개화. 어린잎은 식용한다.

한국, 일본, 중국 동북 지방, 캄차카반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각시기린초, 넓은잎기린초 

 

 

 

 

애기기린초

Sedum middendorffianum Maxim.

높은 산의 바위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20cm 가량.

겨울 동안 길이 10cm 가량 밑동이 살아남아 싹을 낸다.

6~8월 개화. 기린초에 비해 꽃의 크기가 작다.

한국(북부), 중국 동북 지방,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각시기린초, 버들기린초, 버들잎기린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