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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바닷가에 피는 꽃

바닷가 모래땅의 토박이, 남가새

 

남가새

Tribulus terrestris L.

 

바닷가의 모래밭을 기며 자라는 남가새과의 여러해살이풀. 길이는 1m 정도.

길이가 다른 깃꼴 겹잎이 마주난다. (잎겨드랑이에 꽃이 달리는 쪽의 잎이 짧다.)

7~8월 개화. 열매는 5개로 갈라지고 각 조각에는 2개의 가시가 있다.

한국(제주도 ·경상도 ·함경북도), 전세계적으로 난대, 열대에 걸쳐 분포한다.

[이명] 질려자(蒺藜子), 백질려(白蒺藜)

 

 

 

 

 

 

담장에 남가새는 쓸어버릴 수가 없네. (牆有茨 不可掃也)

집안 이야기라서 말할 수도 없네. (中冓之言 不可道也)

말해보자 한다면 그 말이 너무 더러워. (所可道也 言之醜也)

 

시경(詩經)에 나오는 이 노래는 위(衛)나라 궁중의 스캔들을 풍자한 것이다.

남가새는 밉지만 없앨 수 없는 존재로에 비유된다.

어떤 해설서에는 남가새 덩굴이 허술한 담장에 얼기설기 엮여서

이것을 뜯어버리면 담장이 무너진다는 설명이 있다.    

 

옛 기록에는 남가새 열매를 고혈압과 눈병, 강정제,

피부염 등에 약용으로 썼다고 한다.

예전에는 삶 가까이에서 흔하게 보았던 식물이

요즘에는 왜 쉽게 볼 수 없게 되었을까?

 

(바닷가 모래땅을 기며 자라는 남가새)

 

나는 남가새의 씨앗에 돋친 가시에 혐의를 두고 있다.

남가새는 사막이나 바닷가 모래땅을 기며 자라는 식물이다.

줄기 끝마다 하루 한 개씩 하늘을 보고 꽃을 피웠다가

다음 날 바로 꽃줄기를 땅 쪽으로 떨구고 열매를 만든다.

그리고는 열매에서 가시가 자라나 문어 다리에 붙은 빨판처럼

바닷바람이 센 모래 위에 줄기를 단단히 고정시킨다. 

‘남가새’의 ‘가새’는 가시의 방언이거나 옛말로 추측된다. 

 

크게 번성하는 식물들은 씨앗에 날개나 갈고리를 달아서

새로운 땅으로 떠나는 모험을 한다.

남가새가 왜 가시를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그 가시는 땅을 파고드는 말뚝, 말 그대로 '토박이'가 되어버렸다.

 

 겨우 몇 군데에서 명맥을 이어가는 남가새를 보노라면,

비록 영육이 건강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도

새로운 세계를 향한 동경과 모험심이 없다면

항해하지 않는 배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12. 9. 3. 꽃이야기 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