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머위
Farfugium japonicum (L.) Kitam.
바닷가 부근에서 자라는 국화과의 상록성 여러해살이풀.
높이 30~50cm. 잎이 머위 잎처럼 생기고 두꺼우며 윤기가 있다.
10~12월 개화. 어린 잎자루를 식용하며, 잎은 약용(습진, 생선중독)한다.
한국(남해안, 제주, 울릉), 일본, 타이완,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말곰취, 갯머위
서리가 내리면 세상의 꽃들이 사라진다.
꽃들이 떠나가서 삭막하고 쓸쓸한 계절에는
제주도나 남해의 섬들을 한 번 돌아볼만하다.
그곳에는 한 겨울에도 나무들의 초록이 싱싱하고
가을꽃들도 늦게까지 피어있어서 남도다운 정취가 있다.
겨울에도 피어있는 가을꽃들은 힘겹게 추위를 견디고 있지만
털머위는 오히려 제철 만난 듯 싱싱하고 화사하다.
그런데 털머위라는 이름은 털이 있는 머위라는 뜻이겠지만,
그 생김새는 이른 봄에 나는 머위와는 영 딴판이다.
(보길도, 고산 윤선도의 유배지 세연정 주변에 핀 털머위)
털머위가 굳이 머위와 닮은 곳을 찾아내라면 잎 모양 정도다.
수많은 국화과의 식물 중에서 고작 잎 모양 한 가지를 닮았다고
‘머위’ 집안의 이름을 갖다 붙인 것이 억지스러워 보인다.
털머위속(Farfugium)은 머위속(Petasites)과 다른 집안이고,
그 모양과 삶의 방식이 완전히 다른 식물이다.
털머위의 모습은 오히려 같은 국화과의 곰취를 더 닮아서,
북한에서 부르는 ‘말곰취’라는 이름이 훨씬 공감이 간다.
그 마뜩치 않은 이름에도 불구하고 겨울철에 털머위를 만나면
말 그대로 ‘동지섣달 꽃 본 듯이’ 와락 반가운 마음부터 앞선다.
(보길도의 어느 동네 골목길)
사람 사는 세상에도 이 꽃처럼 기쁨을 주는 사람이 있다.
제 한 몸 추스리기도 힘겹고 삭막하기까지 한 세태에서
겨울에 핀 털머위처럼 생기가 넘치고 화사한 사람 말이다.
그런 사람은 철없는 아이들처럼 해맑은 표정을 하고 산다.
자신의 생각주머니를 비우고 타인의 말에 귀를 여는 사람이다.
자신의 어려움보다는 남의 어려움을 더 생각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듯이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되도록 힘쓸 일이다.
2012. 3. 12. 꽃이야기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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