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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바닷가에 피는 꽃

사구식물, 좀보리사초와 통보리사초의 고마움

좀보리사초

Carex pumila Thunb.

 

바닷가 모래땅에 자라는 사초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0~15cm.

뿌리줄기는 길고, 줄기는 무디게 세모지고 단단하다.

5~6월 개화. 수꽃이삭은 줄기 위쪽에 1~3개 달리고 적갈색이며,

암꽃이삭은 줄기 옆에 1~2개 달리고, 보리이삭을 닮았다.

전 세계적으로 분포한다. [이명] 모래사초

 

 

 

 

사초(莎草)라고 불리는 식물들이 참 많다.

식물계에서 이들은 적어도 두 가지의 확고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첫째, 사초과 식물은 벼과 식물과 함께 지구를 장악한 대가족이고,

둘째, 그 중 사초속(Carex genus)은 가장 많은 종을 거느린 집단이다.

‘사초’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이 우리나라에만도 131종이나 된다.

 

사초는 모래땅에 사는 풀이라는 뜻이다.

 그 많은 종류의 사초들이 다 모래땅에 살지는 않으므로

바닷가의 모래언덕에 사는 좀보리사초나

통보리사초야말로 사초 가문의 적통이다.

 

바닷가 모래언덕, 즉 해안사구는 모래가 파도와 바람에 의해

육지와 바다를 순환하며 일정한 양이 유지되는 곳이다.

이곳은 바다생태계와 육지생태계의 완충지대다.

이 해안사구는 큰 파도를 모래 속으로 흡수하여 그 충격을 줄이고,

사구의 땅 밑에는 빗물 저장소를 만들어서 

바닷물이 육지 지하수로 침투하는 것을 막아준다.

 

 

(갯메꽃과 좀보리사초, 전북 고창 구시포 해안사구)

 

좀보리사초나 통보리사초는 다른 사구식물들과 어울려

바람에 날려가는 모래를 잡아서 사구를 지켜주는 파수꾼이다.

이들은 모래땅에 아주 깊게 뿌리를 내려 단단하게 붙어있다.

모래언덕은 사초의 터전이 되고 사초는 모래언덕을 지키는 것이다.

이 모래언덕은 파도와 모래바람으로부터 사람이 사는 마을과 농토를 지킨다.

인간은 이렇게 대지와 바람과 풀의 도움으로 살아간다.

 

이 해안사구에 제방과 도로를 만들면 모래의 순환이 끊긴다.

해풍에 육지로 날려간 해수욕장의 모래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면

작은 해수욕장부터 눈에 띄게 모래가 여위어 자갈밭이 된다.

그렇게 황폐해져서 사람들이 찾지 않는 해수욕장이 이미 많다.

지난 반세기 동안 사람들은 당장의 돈벌이에 급급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처럼 모래언덕을 갈라서 도로를 만들었다.

 

2000년, 인디언 부족회의에서 채택한

‘미국에 주는 성명서’에는 이런 구절들이 있다.

 

“생명 가진 모든 것들을 존중할 때만이 그대들은 성장할 수 있다.

어머니 대지를 사랑하고 존중하기를 우리는 기도드린다. 대지는 인간 생존의 원천이다.

이다음에 올 여행자들을 위해 이 대지를 더 이상 더럽히는 것을 막아야 한다.

물과 공기와 흙과 나무와 숲, 식물들과 동물들을 보호하라.

한정된 자원을 함부로 쓰고 버려서는 안 된다. 보존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위대한 정령은 우리에게 이 대지를 소유하라고 준 것이 아니라 잘 보살피라고 맡긴 것이다.

우리가 대지를 보살필 때 대지 또한 우리를 보살필 것이다.

서로 다른 것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법을 배우게 되기를 우리는 기도드린다.”

 

2012. 2. 17. 꽃이야기 39

 

 

 

통보리사초

Carex kobomugi Ohwi

 

바닷가 모래땅에 무리지어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0~20cm. 암수딴그루. 5~7 월 개화.

한국(전역), 일본, 중국, 우수리에 분포한다.

다른 이름은 보리사초(북한), 큰보리대가리

 

(좌측 사진은 수꽃, 전남 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