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2/높고 깊은 산에서

네귀쓴풀에 귀가 네 개 달린 까닭

 

네귀쓴풀

Swertia tetrapetala (Pall.) Grossh.

 

높은 산에 나는 용담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30cm 가량.

대체로 쓴풀 종류들은 꽃잎이 다섯 장인 경우가 많으나,

네귀쓴풀과 대성쓴풀, 큰잎쓴풀 등은 꽃잎이 넉 장이다.

7~8월 개화. 전초를 약용한다.

한국, 일본, 캄차카반도, 오호츠크해 연안에 분포한다.

 

 

 

 

잘 생기지도 못하고, 돈도 없는 어떤 남자가 있었다.

그러나 무엇 하나 내 세울 것이 없는 이 남자에게

여자들이 줄줄 따르니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이 남자와는 모든 것이 반대인 한 친구가 궁금한 나머지

도대체 그 인기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 친구의 답변은 단 두 마디였다.

“나는 여자들이 말 하는 것을 끝까지 귀담아 들어준다네.

도저히 못 참겠으면 맘속으로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른다네.”

물론 우스갯소리지만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매력이다.

 

신이 사람을 만들 때, 많이 듣고 적게 말하라고

귀는 두 개를, 입은 하나만 만들었다고 한다.

귀가 네 개나 달린 네귀쓴풀은 더 큰 은총을 받은 듯하다.

 

 

네귀쓴풀은 작고 하얀 꽃잎에 파란 점들이 있어서 

뛰어난 장인이 만든 명품 도자기를 연상하게 한다.

그 꽃잎 가운데마다 작은 귀를 닮은 돌기가 한 개씩 있다.

아마 이 돌기 때문에 ‘네귀쓴풀’로 부르게 되었지 않나 싶다.

 

네귀쓴풀은 적어도 해발 천 미터는 훨씬 넘는 높은 산꼭대기에 산다.

옛날에 어느 스님을 뵈려면 삼천배를 올려야 했다는 일화처럼,

귀한 배움을 청하려면 그만한 정성을 들이는 일이 당연하다.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며 삼천배를 할 정도의 땀을 쏟았을까?

그 정성이 기특했는지 네귀쓴풀은 이런 가르침을 주었다.

 

‘언제나 마음속에 네 개의 귀를 가지고 네 가지 소리를 듣게나.

첫 번째 귀로는 지금 그대 앞에 있는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게.

두 번째 귀로 그대에게 하는 쓴소리를 두말없이 고맙게 듣게.

세 번째 귀로는 세상의 인심, 민중의 소리를 겸허하게 들으시게.

네 번째 귀는 언제나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열어두게나.

그리하면 그대는 보다 현명해져서 그대의 꿈을 이루게 되리라’

 

2012. 3. 20. 꽃이야기 52.

 

 

 

대성쓴풀

Anagallidium dichotomum (L.) Griseb.

 

용담과 대성쓴풀속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7cm 가량.

4월 개화. 한국, 중국 동북 지방, 몽골,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한다.

 

* 우리나라에서는 대덕산, 정선 일대의 극히 제한된 지역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초 대덕산에서 발견되었을 당시,

산 이름을 대성산으로 오인한데서 ‘대성쓴풀’이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