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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높고 깊은 산에서

이제는 나물노릇 할 일 없는 박쥐나물

 

 

나래박쥐나물

Parasenecio auriculata var. kamtschatica (Maxim.) H.Koyama

높은 산 숲에 나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60~120cm.

잎자루에 지느러미 같은 날개가 있고, 날개 끝이 귓불처럼

줄기를 감싸고 있다. 8~9월 개화. 어린잎을 식용한다.

한국(북부), 일본, 중국 동북 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귀박쥐나물, 자주박쥐나물, 지느러미박쥐나물, 참박쥐나물 등.

* 우리나라와 백두산 지역에 자생하는 박쥐나물은 대부분 나래박쥐나물로 보임.

따라서 이 글에서 언급되는 박쥐나물은 사실상 나래박쥐나물을 지칭함

 

 

 

 

 

박쥐나물은 첫눈에 보아도 박쥐를 닮았다.

넓적한 잎이 박쥐가 날개를 활짝 펼친 모양이고

높은 산 어두운 숲속에 박쥐처럼 숨어 산다.

 

어떤 자료에는 해발 700 미터 이상의 산에 난다고 나와 있지만

나는 해발 1500~1700미터나 되는 오대산과 설악산 정상 부근과

백두산의 수목한계선 부근의 높은 곳에서 박쥐나물을 만났다.

산삼처럼 귀하지도 않은 것을 누가 이 높은 곳까지 와서

나물로 해먹었기에 '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오대산의 나래박쥐나물)

 

이런 궁금증이 오랜 과거로의 상상여행을 떠나게 했다.

전기나 수도, 도로도 자동차도 없던 시절에는

한양 사대문 안이나, 고을 사또가 있는 큰 성읍이나

깊은 산골의 삶이 크게 다를 것도 없었을 것이다.

 

벼슬하고 장사하는 사람은 도성이나 큰 고을에 살고,

농사짓는 사람은 논밭 넓은 들에서 땀 흘리며 살고,

어부는 바닷가나 강가에서 배타고 고기 잡아서 살고,

벼슬도 돈도 땅도 없는 사람은 산중에 살면 되었다.

 

깊은 산골 맑은 물을 어디 요즘의 생수나 수돗물에 비할 것이며,

요즘 사람들 먹는 것이 산나물, 버섯, 약초들보다 낫겠는가?

문명이 없는 곳에서 겪어야 하는 불편함은 있었을지라도

옛날 산골에 살았던 사람들은, 스스로는 가난으로 생각했겠지만,

요즘 말하는 웰빙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이상적인 삶이었다.

  

(백두산 중턱(해발 1700미터 정도)의 나래박쥐나물 군락)

 

우리나라에는 백여 년 전에 전기와 자동차가 들어오고,

오십 년 전부터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사람들이 끝없이 도시로 모여들어 땅이 모자라게 되자

사람이 사는 집이 호주의 개미탑처럼 30층 50층으로 올라갔다.

 

깊은 산에 살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서

박쥐나물은 더 이상 나물노릇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이미 사십 년 전에 그 폐허를 보았다.

차가 다니는 곳에서 한 나절이나 더 들어간 산골에서

여남은 채의 집터와 나지막한 돌담의 흔적이 있었다.  

 

그곳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 ‘고향의 봄’만 있었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가 활짝 피어있었다.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었다.

 

2012. 11. 15. 꽃이야기 92.

 

 

 

 

 

 

 

 

게박쥐나물

Parasenecio adenostyloides (Franch. & Sav. ex Maxim.) H.Koyama

 

깊은 산 숲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60~100cm.

잎의 모양이 게의 등껍질 모양을 닮은 데서 유래된 이름으로 짐작된다.

6~9월 개화. 어린순은 식용한다.

한국(한라산, 북부),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개박쥐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