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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높고 깊은 산에서

기암절벽에 매달린 쌀 한 섬, 석곡

 

석곡(石斛)

Dendrobium moniliforme (L.) Sw.

 

빛이 잘 드는 숲의 나무줄기나 바위에 자라는 상록성의 착생란.

높이 10~25cm. 뿌리는 가늘고 희며, 줄기에는 마디가 있다.

5~6월 개화. 꽃에 향기가 있으며, 약용(건위, 변비, 요통, 당뇨)한다.

한국(경남, 전남, 제주도), 중국, 일본, 대만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석곡란

 

 

 

 

석곡이라는 이름의 난초가 있다.

돌 석(石)자에 휘 곡(斛)자를 쓴다.

‘휘’는 곡식을 계량하는 단위로 열다섯에서 스무 말 가량 되는

부피라고 하니 두어 가마나 한 섬 정도의 양이다. 

석곡은 바위에 무더기로 붙어서 하얀 꽃을 피우므로,

정말 쌀 한 섬을 붙여놓은 듯이 풍성해 보인다.

 

석곡은 또 한약재의 이름이기도 하다. 

기암절벽에 뿌리를 붙이고 대자연의 신성한 기운을

받으며 자라니 그 약효가 좋은 것이 당연하다.

한의사로서는 석곡이 쌀 한 섬 정도의 약값이 되거나,

그 정도의 보약이 된다고 생각할는지도 모르겠다.

 

 

석곡은 약재로서도 미미 널리 알려진데다

난을 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더욱 남채의 대상이 되었다.

인터넷을 보면 자연에서 캐낸 석곡의 거래가 얼마나 활발한지

멸종위기식물을 불법으로 캐온 것을 자랑이라도 하고 있는 듯하다.

더욱 개탄할 일은 석곡의 뿌리로 술을 담가서 근거 없이

정력에 좋다고 떠들어 대고 있으니, 석곡의 앞날이 막막하기만 하다.

 

이제 사람의 손이 닿을만한 곳의 석곡은 사라졌다.

쌀 한 섬이 바위에 붙어있는데 손이 닿는 곳이라면

그냥 두고 볼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요즘 석곡을 채취하는 사람들은 암벽을 타는 장비까지 갖추고

험한 절벽에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석곡을 뜯어내고 있다.

석곡을 팔면 쌀 한 섬 값은 족히 받는 모양이다.

 

 

기암절벽에 구름처럼 신선처럼 피는 아름다운 꽃에

쌀 몇 가마니 값을 매기는 짓이 속물스럽지만 어쩌랴,

그 이름이 기구한 팔자를 안고 있으니 말이다.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사진이라도 잘 찍어서

쌀 한 가마 값어치만 해도 좋겠다는 욕심을 부려본다.

 

2012. 3. 16. 꽃이야기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