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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높고 깊은 산에서

두루미꽃이 높은 산에 사는 까닭

 

 

 

두루미꽃

Maianthemum bifolium (L.) F.W.Schmidt

 

높은 산의 숲 속에 나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8~15cm.

5~7월 개화. 꽃은 줄기 끝에 20송이 정도가 떨기꽃차례로 달린다.

한국, 동북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좀두루미꽃

 

 

 

 

 

 

 

두루미꽃은 우리나라에서 높은 산으로 손꼽는

지리산, 설악산, 태백산에서도 정상부근에 사는 꽃이다.

두루미꽃은 반 뼘을 겨우 넘는 키 작은 풀이지만

그 우아한 자태는 훤칠한 두루미(鶴)를 닮았다.

 

예로부터 두루미는 그 모양이 깨끗하고 기품이 있으며

행동이 유유정숙하므로 새 중의 새로 여겨졌다.

옛 선비들은 두루미의 희고 검은 깃털을 닮은

‘학창의(鶴氅衣)’를 입고 두루미처럼 보이려 했다.

 

두루미꽃 이야기를 꺼내놓고 선비까지 들먹인 것은

이 꽃이 사는 곳에는 절세가인을 닮은 기생꽃도 있기 때문이다.

천하명산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사는 두 꽃을 보노라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시인묵객과 명기들이 절로 떠오른다.

 

가슴 한 쪽을 도려내야 이별을 알겠다던 두향과 퇴계,

서른여덟과 열여섯의 나이를 뛰어넘은 율곡과 유지,

박연폭포와 함께 송도삼절이 되었던 황진이와 서화담,

절세의 문인이자 열렬한 연인이었던 유희경과 매창...,

 

그들의 이야기는 고산준령에서 어울려 피는 두 꽃처럼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는 남녀상렬지사를 넘어서 있다.

그들은 양반과 천민의 신분을 넘어 시와 노래로 어울렸다.

풍류로 어울리되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았으니

진실로 화이부동(和而不同)했던 군자요 숙녀였다.

   

두루미꽃은 외떡잎식물인 백합과의 뿌리 깊은 식물이고

기생꽃은 쌍떡잎식물인 앵초과로 근본이 크게 다른데도,

높은 산의 정기를 함께 마시며 다정하게 어울리고 있다.

 

그들이 피워내는 하얗고 작은 꽃들은

그 옛날 가인들이 주고받던 주옥같은 시구처럼

만고에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2012. 1. 7. 꽃이야기 29

 

 

 

** 여담 한 마디

 

선비들이 입었던 학창의(鶴衣)는 하얀 몸에 끝이 까만 두루미의 깃털을 닮았다는 뜻이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옛 선비들이 두루미를 닮고 싶어서 이런 옷을 만든 것 같지가 않다.

그들이 항상 먹을 가까이 하다보니, 자연히 소매나 옷깃에 먹이 묻어 지저분 해졌을 것이고,

이것을 커버 하려면 옷깃이나 소매에 검은 천을 넓게 대는 것이 편했을 것이다. 

하얀 도포 자락에 검은 천을 폭넓게 둘렀으니 두루미를 닮게 되지 않았을까.....

라고 제멋대로 상상을 해 보았다.

 

 

 

 

 

 

큰두루미꽃

Maianthemum dilatatum (Wood) A.Nelson & J.F.Macbr.

 

높이가 15~30 cm 정도로 두루미꽃보다 훨씬 크고,

잎의 폭이 넓으며, 윗면은 반들반들하게 광택이 많다.

대암산, 오대산, 설악산, 소백산, 울릉도, 지리산 등지에 분포하며,

울릉도의 큰두루미꽃은 내륙의 것보다 크게 자란다.

 

 

 

 

 

 

(울릉도 나리분지의 숲은 5월에 큰두루미꽃의 바다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