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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기/탐사일기

2011. 4. 29 (금) 검룡소, 만항재 탐사

누군가 며칠 전에 대성쓴풀을 포스팅했다는 소리를 듣고 태백까지 온김에 검룡소를 갔다.

해마다 대성쓴풀이 자라던 자리에는 아직 싹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 자잘한 잎들이 그것의 잎인지는 모르겠다.

너무 의아해서 알만한 분에게 전화를 했더니,

대성쓴풀은 그곳 말고도 영월, 정선 모처에 몇 군데 더 있다고 말해주었다.

헛걸음을 하면서 중요한 사실을 한 가지는 알아낸 셈이다.

 

기왕에 간김에 검룡소 - 대덕산 등산로를 조금 탐사해보았다.

계곡에 들어서니 그곳은 완전히 계절을 거꾸로 돌려놓은 듯한 느낌을 주었다.

 

 

 

우선 산비탈에 하얀 노루귀가 눈이 내린 것처럼 지천으로 피어있었다.

처음보는 대군락이었다. 청색 노루귀도 5% 정도는 섞여 있었다.

 

 

 

얼레지와 섞여서 피어나는데 얼레지는 이제 20%정도 개화했다

강원도의 여느 골짜기와 마찬가지로 선괭이눈이 계곡을 눈부시게 보이게하고 있었다.

 

 

 

그나마 한 가지 위로가 되었던 것은 복수초와 연복초가 어울려 있는 군락을 처음 본 것이다.

연복초 이름의 유래가 복수초에 이어서 핀다해서 연복초라고 한다는데,

그것이 위치적으로 관련이 없으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복수초가 열매를 맺고 연복초가 꽃봉오리를 맺는 장면을 담을 수 있었던 것이 유일한 보람이었다.

 

그 밖에 꿩의바람, 중의무릇, 또 이름모를 바람꽃들이 피고 지고 있었지만,

그 풍요로운 꽃밭에서 주목할 만한 특별한 그 무엇이 없어서 아쉬웠다.

계곡을 나와서 휴대전화가 다시 개통되니 문자메시지가 하나 와 있었다.

"빨리 만항재로 가시오"..... 아하 어제 만항재에 눈이 많이 왔다더니 아직 안녹은 모양이구나.

그런데 내가 문자를 본 시각이 오후 2시 기온이 영상 15도 인데... 그 시각까지 눈이 있을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래도 마땅히 갈 곳도 없고, 무릎도 아프고 해서 차로 갈 수 있는 그곳을 갔다.

만항재의 기온은 영상 11도나 되었다. 눈이 녹고 마르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아무튼, 그곳에 한계령풀, 꿩의바람꽃, 중의무릇, 아직도 남은 복수초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이렇게 닷새째 일정도 흐지부지 꼬여가고 있었는데....더 큰 불행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5월 1일부터 4일까지 울릉도 배편을 예약해놓았으니, 이제 민박집을 예약할 차례다.

민박집 주인님 말씀이... 기상예보를 보니, 5월 1일은 90% 배가 못뜬다고 했다.

이런 사실은 선박회사에서 절대로 말해주지 않는다.

 

이제 인터넷으로 이것을 취소하고 일정을 하루씩 순연하는 방법밖에 없다.

또 인터넷과 씨름하면서 수많은 오류메시지와 시행착오를 겪을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

 

이렇게 된 마당에야 더 이상 강원도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

내일은 전국적으로 비가 오고, 모레는 심한 황사가 오고, 울릉도는 하루 순연시켜야 한다면

이틀 동안 또 공칠 수밖에 없으니, 더 어두워지기전에 서둘러 고향 집으로 와버렸다.

 

태백에서 고향까지 네비게이션을 검색하니 147km! 어 이렇게 먼 곳이 아닌데??

최단 거리 경로를 찾아보니 121km였다. 시간도 20분이나 빠르다.

그런데 왜 네비게이션에서 147km 코스를 추천했을까?

 

이유는 단 한가지, 121km 코스는 교통량이 거의 없고 험한 산악 꼬부랑길이라 호랑이와 처녀귀신이 많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나는 호랑이나 처녀귀신이나 다 좋아하기 때문에 121km 최단거리 코스를 택했다.

정말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121km에 교통신호등이 단 한 개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이런 오지 길이 또 있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