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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주변의 큰키나무

아카시아와 아까시나무 아까시나무 Robinia pseudoacacia L. 과거에 녹화용으로 심었던 것이 널리 토착화된 콩과의 갈잎큰키나무. 4~9쌍의 작은잎으로 이루어진 깃꼴겹잎이며, 탁엽이 변한 가시가 있다. 5월에 새 가지에서 1.5cm 정도의 꽃들이 총상꽃차례로 모여 달린다. 아카시아의 작은 잎이 열아홉 장인 걸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친구들과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하나씩 따내는 놀이를 즐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심심할 때 따먹던 아카시아 꽃의 달달하고 향긋한 맛도 추억으로 남아있다. 아카시아의 바른 이름이 아까시나무라는 걸 알게 된 건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국어사전에서 ‘아카시아’를 찾아보면 아까시나무를 일상적으로 일컫는 말로 나온다. 아까시나무가 정확한 이름이고 아카시아는 잘 못 알려진 .. 더보기
전설의 꽃나무 자귀나무 ​자귀나무 Albizia julibrissin Durazz. 중부 이남의 양지바른 지대에서 4~10m 높이로 자라는 콩과의 갈잎큰키나무. 한 뼘 남짓한 길이의 2회깃꼴겹잎에는 7~12쌍의 깃꼴겹잎이 마주 달려있다. 수꽃양성화한그루로 6~7월에 정상부에 위치한 1~2개의 양성화 주위에 수꽃이 둘러싸서 꽃차례가 부채꼴을 이루며, 수술은 25개 정도다. 옛날에 한 청년이 먼 길을 가다가 이웃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어느 집 담 너머로 뻗은 가지에 핀 예쁜 꽃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는데 나무가 있는 집 대문이 살며시 열리며 어여쁜 처녀가 나타났다. 첫눈에 반한 청년은 그 꽃 한 송이를 꺾어 청혼을 했고 부부가 되어 금슬 좋게 잘 살았다. 그런데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장을 보러 갔다가 그만 술집 여인에게 빠져버렸.. 더보기
한여름 밤의 행복 관솔불 소나무 Pinus densiflora Siebold & Zucc. 전국에 분포하는 늘푸른큰키나무. 높이 30m, 지름 1.5m 정도까지 자란다. 암수한그루로 4~5월에 수구화수는 새가지 끝에, 암구화수는 그 위에 달린다. 수형에 따라 곧은 수형을 금강송, 넓게 퍼진 수형은 반송, 가지가 처진 모양은 처진소나무로 세분하기도 하나 모두 소나무의 품종이나 개체변이로 본다. 소나무는 옛 사람들의 삶을 꾸려가는 데에 가장 많이 베푼 나무다. 그 공덕은 이루 헤아릴 수 없지만 무엇보다도 큰 쓰임은 집을 짓는 최고의 목재였다. 우리나라의 건축물은 대궐로부터 백성들의 초가집까지 대부분 소나무로 지어졌다. 음식을 장만하고 방을 덥히는 데에도 가장 많이 쓰였던 땔감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영면의 보금자리인 관(棺)이 되어 .. 더보기
창호지를 새로 바르며 꾸지나무 Broussonetia papyrifera (L.) L'Hér. ex Vent. 마을 주변이나 숲 가장자리에서 3~12m 높이로 자라는 뽕나무과의 갈잎큰키나무. 잎은 갈라지지 않거나 깊게 갈라지는 등 변이가 심하고 뒷면에 털이 많이 난다. 암수딴그루로 5~6월에 암꽃차례는 구형, 수꽃차례는 막대모양으로 달린다. 고향집에 거센 태풍이 밤새 몰아치던 날이 있었다. 큰 바람에 피해를 입을 만한 것들을 갈무리해 놓고도 잠을 설치면서 노심초사했다. 아침에 보니 심각한 피해는 없었으나 창호지가 대부분 떨어져서 펄럭이고 있었다. 밤새 비가 들이치면서 창호지를 붙인 풀을 눅눅하게 하고 바람이 밀어붙인 듯했다. 창호지가 곧 떨어져 나갈 듯 펄럭대는 모습만으로는 귀신이라도 나올 듯했다. 아버지는 어차피 문을 새로.. 더보기
집 둘레에 음나무를 심는 까닭 음나무 Kalopanax septemlobus (Thunb.) Koidz. 전국의 산지에 분포하는 두릅나무과의 갈잎큰키나무로 25m까지 자란다. 수꽃양성화한그루로 7~8월에 산방상 취산꽃차례로 꽃이 피는데 가운데 꽃차례에는 양성화, 주변의 꽃차례에는 수꽃이 핀다. 도시에 살 때는 해마다 음나무 새순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순을 따서 택배로 부쳐주었기 때문이다. 고향 동네에서는 거의 모든 집에서 여남은 그루씩 음나무를 심어 기르고 있다. 음나무는 아름드리로 자라는 큰키나무지만 집 주변에서는 키 높이 정도로 키운다. 새순을 채취하기 쉽도록 해마다 웃자라는 가지를 잘라주는 까닭이다. 어느 봄날 친구들이 고향 부근에 놀러 왔을 때 마침 음나무 순이 좋게 자라서 내 어림으로는 먹고 남아서 가져.. 더보기
주경야독의 불을 밝혔던 쉬나무 쉬나무 Tetradium daniellii [benn.] T, G. Hartley 낮고 건조한 산지나 민가 주변에서 7m 정도 높이로 자라는 운향과의 낙엽 소교목. 암수한그루, 드물게 암수딴그루로 7~8월에 지름 10cm 정도의 편평꽃차례로 꽃이 핀다. 검고 윤이 나는 종자는 38%가 기름 성분이어서 등유나 머릿기름을 짜냈다. 조선시대의 양반들은 이사를 갈 때 두 가지 나무 씨앗을 챙겨갔다고 한다. 바로 쉬나무와 회화나무의 종자였다. 쉬나무는 씨에서 등불을 켜는 기름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주경야독에 요긴한 나무였고, 회화나무는 수형이 장쾌하고 품위가 있어서 선비를 상징하는 나무로 여겼기 때문이다. 쉬나무는 드물지도 흔하지도 않고 그 모양도 수수한 나무다. 무심코 보면 흰 꽃이 피는 비슷비슷한 나무들 .. 더보기
가죽나무와 참죽나무 가죽나무 Ailanthus altissima (Mill.) Swingle 마을 주변이나 산언저리에서 25m 높이까지 자라는 소태나무과의 갈잎큰키나무다. 암수딴그루로 5~6월에 가지 끝에서 나온 원뿔모양꽃차례에 연노랑색 꽃이 핀다. 가죽나무와 참죽나무는 모양이 아주 비슷하면서도 집안은 다른 나무다. 가죽나무는 소태나무과에 속하고 참죽나무는 멀구슬나무과로 분류된다. 이들 나무는 전체 모습과 잎 모양이 닮았고 꽃차례와 개화시기도 비슷하다. 한걸음 다가서면 가죽은 수피가 잔잔하고 참죽은 거칠게 갈라지는 차이가 보인다. 가죽나무의 꽃은 연한 노란색이고 참죽나무 꽃은 전체적으로 흰색에 녹색이 돈다. 이들 나무에서 가장 많이 닮았으면서도 분명한 차이를 찾아야 할 곳은 바로 잎이다. 가죽나무의 잎 하단에 쥐젖꼭지 같은.. 더보기
고욤샤베트를 만드는 까닭 고욤나무 Diospyros lotus L. 마을 주변이나 낮은 산에서 자라는 감나무과의 갈잎큰키나무. 높이 5~10m. 암수딴그루로 5~6월에 꽃이 피고 늦가을에 지름1.5cm 정도의 열매가 익는다. 초등학교 실과 시간에 감나무는 고욤나무에 접을 붙여 키워야한다고 배웠다. 감 씨를 그냥 심으면 감이 열려도 아주 자잘한 땡감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접붙이기를 해서 좋은 감을 얻는 원리를 똑 부러지게 설명할 지식은 없지만 고욤나무의 강한 생명력이 어린 감나무를 빠르고 튼튼하게 키워내는 걸로 알고 있다. 어떤 학자는 고욤의 ‘고’는 작은 감을 의미하고 ‘욤’은 어미를 뜻한다고 풀이했다. (한국식물생태보감1. 김종원) 감나무의 대리모 구실을 하는 고욤나무 이름에 걸맞은 해석이기는 하나, 기록상의 근거를 제시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