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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주변의 큰키나무

전설의 꽃나무 자귀나무

 

자귀나무        Albizia julibrissin Durazz.

 

중부 이남의 양지바른 지대에서 4~10m 높이로 자라는 콩과의 갈잎큰키나무.

한 뼘 남짓한 길이의 2회깃꼴겹잎에는 7~12쌍의 깃꼴겹잎이 마주 달려있다.

수꽃양성화한그루로 6~7월에 정상부에 위치한 1~2개의 양성화 주위에

수꽃이 둘러싸서 꽃차례가 부채꼴을 이루며, 수술은 25개 정도다.

 

 

 

옛날에 한 청년이 먼 길을 가다가 이웃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어느 집 담 너머로 뻗은 가지에 핀 예쁜 꽃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는데

나무가 있는 집 대문이 살며시 열리며 어여쁜 처녀가 나타났다.

첫눈에 반한 청년은 그 꽃 한 송이를 꺾어 청혼을 했고 부부가 되어 금슬 좋게 잘 살았다.

그런데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장을 보러 갔다가 그만 술집 여인에게 빠져버렸다.

슬픔에 빠진 아내는 첫 만남을 생각하며 친정 집 앞에 핀 꽃을 꺾어 방안에 꽂아 두었다.

어느 날 밤늦게 돌아온 남편이 그 꽃을 보고 옛 사랑이 되살아나 백년해로를 했다고 한다.

 

 

자귀나무에 관한 여러 전설 중의 하나다.

전설은 말 그대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 어느 시대에 나온 지도 모르는 카더라설이다.

대체로 허무맹랑한 스토리지만 그 속에 옛 사람들의 소망과 공감이 녹아 들어서

어떤 장소나 사물 또는 역사적 사건에 대해 세월이 흐를수록 과장되고 드라마틱해진다.

 

옛사람들은 낮에 펼쳐졌던 잎이 밤에는 마주보며 합쳐지는 자귀나무의 잎에서

들에서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서로 합하는 금슬 좋은 부부의 이상형을 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부부의 변함없는 금슬을 기원하며 이 나무를 집안에 많이 심었다고 한다.

옛날에 자귀나무를 부르던 합환목(合歡木), 야합수(夜合樹), 유정수(有情樹),

합혼목(合婚) 등의 이름은 모두 좋은 부부 관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이름들과 전설은 비단 밤에 잎이 합쳐지는 모습에서만 유래한 것은 아닐 터이다.

자귀나무의 꽃 역시 그러한 의미에 걸맞도록 아름답고 섬세하며 오래도록 피고 진다.

화사하게 핀 자귀나무의 꽃을 보면 옛사람이 소망한 부귀영화가 눈앞에 펼쳐진 듯하고

행복한 인생을 축하하는 향연에서 수많은 무희들이 부채춤을 추는 모습과도 같다.

 

자귀나무에 얽힌 전설에는 역설적으로 부부관계의 어려움이 담겨있다. 

예나 지금이나 부부관계는 시들해지거나 상처받기 쉬운 것이어서

자귀나무가 부부금슬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부적처럼 여긴 것이다. 

 

 

 

 

 

 

(변경열 님 사진)

왕자귀나무       Albizia kalkora Prain

 

전남 목포와 인근 섬의 바다 가까운 산지에서 3~8m 높이로 자란다.

잎은 2회깃꼴겹잎으로 작은잎이 자귀나무에 비해 현저하게 크다.

6~7월에 흰 꽃이 피며, 수술이 30~40개로 자귀나무보다 꽃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