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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일기/탐사일기

2010. 3. 21 (일) 동네 한 바퀴 (1)

 토요일에는 대전에서 어쩔 수 없이 공을 쳐야했다. 그래서 꽃나들이는 공칠 수 밖에....

 

 

3주 전에 발견한 할미꽃 군락을 찾았더니... 생각보다 개화가 많이 늦다.

꽃샘 추위에 궂은 날씨가 계속되더니.... 그나마 5% 정도는 그런대로 꽃을 열고 있었다. (11:00 경)

 

 

할미꽃은 무덤가에 잘 자란다고 하지만

내가 찾은 2기의 나란히 있는 무덤에 줄잡아 700여 개체의 할미꽃이 싹을 내밀고 있었다.

내 생전에 이렇게 많은 할미꽃을 본 적이 없었다.

발걸음을 조심하지 않으면 할미꽃 싹을 몇 개씩이나 밟을 수 밖에 없는 곳이었다.

 

 

이런 모습들이 할마꽃의 전형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아름다운 면이 있다.

어린 할미꽃인 셈이다.  그래서 아직 할미처럼 꼬부린 꽃도 거의 없다. (12:00 경)

 

 

날씨가 춥고 바람이 거센 탓인지...

아니면 일요일이라서 벌들이 별로 출근을 하지 않았는지..

많은 꽃들에 비해서 벌들을 보기가 어렵다.

 

 

지금까지는 할미꽃이 통꽃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갈래꽃이다.

그래서 날씨가 점차 따뜻해지면서 꽃잎을 여는 꽃들이 늘어갔다. (13:00 경)

 

 

무덤가에 피는 산자고는 꽃이 피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꽃을 접고 있을 때는 여느 풀과 다름없이 보이기 때문이다.

한 시가 넘어서 기온이 올라갔을 때 산자고가 할미꽃 부근에서 하나 둘씩 개화하고 있다.

 

 

벌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이 벌은 주위만 빙빙 돌다가 꽃에 앉지 않고 가버렸다.

 

 

어느 할미꽃 옆에는 산자고가 여러 송이 꽃잎을 열기 시작했다.

쓸쓸한 무덤이 화려해지기 시작한다. (14:00 경)

 

 

요 근래에 푸른 하늘을 보기도 어려웠다.

붉은색 꽃과 파란 하늘의 색상대비도 볼만하다.

 

 

여기서 700여개체의..., 아니 좀 더 있으면 1000여 개체가 될 지 모르지만

할미꽃이 피어나면 그야말로 장관중의 장관일 것이다.

요즘 세상에 어디서 이리 많은 할미꽃을 볼 수 있을 것인가?

 

 

하루 종일 있어도 시간이 모자랄 만큼... 하루 해가 아쉽다.

오늘 사실은 제비꽃, 꽃다지, 민들레 같은 봄꽃들을 보고 싶었는데

무려 다섯 시간이나 할미꽃에 취해 있었다. (15:00 경)

한 보름 후엔 절정을 이룰 것인데, 그 때 이 대단한 모습을 볼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