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대아수목원을 찾았다.
전남 지역에 비가 많이 와서 싱싱한 너도바람꽃을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북 지역도 일기예보로는 우중충한 날씨라고 했지만....
속는 셈치고, 전남지방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간 것이다.
입구에서 1.7km,약 30분을 걸어 올라가니 두어 분이 먼저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곳의 너도바람꽃도 너무 늦었다. 95%가 50대를 넘기고 있었다.
사람으로 치자면 10대 20대는 없고 30~40대를 만나면 감지덕지다.
아쉽지만 발품이 아까와서 그 중 나은 꽃 하나 겨우 찾아서 담아보았다.
갑자기 기적이 일어났다. 수백 개체의 꽃 중에서 20대 미모를 발견한 것이다.
그것도 이끼 푸른 고목나무 등걸에 자태까지 멋지다.
많은 너도바람꽃을 보아왔지만 16개의 꿀샘이 완벽한 써클을 그리고 있는 건 처음 본다.
너무나 완벽해서 처음에는 누가 장난을 한 줄 알았다.
아니면 열성 작가가 연출을 해놓은 줄 알았다.
뿌리까지 살펴보아도 손 댄 흔적이 없는 완전 자연산이다.
세로 사진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 모델은 세로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뒤에서 찍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잠시 다른 장소로 옮겼다.
이번에는 카메라를 약간 틀어서 고목을 수직으로 보이도록 구도를 잡았다.
좋은 사진이란 좋은 피사체, 좋은 기상조건,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그곳에 갈 수 있어야 한다.
세 가지 인연이 만나야 사진이 되는 것이다.
오늘 흐린다던 일기예보가 틀렸다.
좋은 쪽으로 틀려주어서 고맙다.
간간이 볕이 나주어서 고마운 것이다.
이제 작별 인사를 고한다.
아리따운 너도아가씨에게...
주변에 있는 다른 아이들도 한 번 봐주고...
마지막은 광각으로 이별했다.
다음 행선이 바빠서 점심은 산을 걸어내려가면서 먹다.
(점잖지 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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