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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울창한 숲의 거목들

달빛아래 빛나는 야광나무

야광나무     Malus baccata (L.) Borkh.

 

중부지방의 산지와 계곡에서 6~10m 높이로 자라는 장미과의 갈잎 소교목.

잎은 끝이 길게 뾰족한 타원형이고 가장자리에 아주 미세한 톱니가 있다.

4~6월에 지름 3cm 정도의 꽃이 여러 개 모여 편평꽃차례를 이룬다.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양하여 잠 못들어 하노라

 

다정가(多情歌)라고도 하는 이 시조는 고려 문학의 백미로 꼽히는데,

고려 말의 문신 이조년(李兆年, 1269~1343)이 봄밤의 애상(哀想)을 읊은 시조다.

 

이 시조의 소재가 되는 이화에 월백은 달빛을 받은 배꽃이다.

그 달빛은 필시 보름달처럼 밝은 달이 아닌 상현이나 하현달이었으리라.

은한(銀漢)은 달빛이 밝은 보름 전후에는 보이지 않으므로 밤 11시에서 1시 사이의 깊은 밤에

은하수와 같이 볼 수 있는 달은 서쪽으로 지는 상현달이나 동쪽에 뜨는 하현달이었을 것이다.

 

(김용대 님 사진)

이조년이 본 달빛 머금은 이화는 어쩌면 야광나무였을는지도 모른다.

그 시대에는 오늘날처럼 식물분류가 세분화되지 않아서 꽃 모양이 거의 같은

산돌배나무, 콩배나무, 아그배나무, 야광나무 등등이 모두 이화였을 것 같다.

그 중에서 이화에 월백과 가장 어울리는 이름을 가진 나무가 야광나무다.

 

야광나무는 처음 린네가 배나무속으로 분류하여 Pyrus baccata L.’라는 학명을 붙였는데

그 후에 무슨 까닭인지 사과나무속(Malus)으로 학명이 정정되었다.

그렇게 재분류한 연유를 알지는 못하나 사과꽃이나 배꽃의 생김새는 거의 차이가 없다.

야광나무와 쌍둥이처럼 닮은 아그배나무도 덩달아 학명상으로는 배나무속에서

사과나무속으로 호적을 바꾸었으나 국명은 여전히 아기 배가 열린다는 아그배나무다.

 

(울릉도의 섬개야광나무. 야광나무와는 다른 속으로 분류된다.)

야광나무는 북한 지역에서 자라는 산사나무속의 아광나무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아광나무는 아가위나무나 아그배나무가 변한 이름이라는 설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어디에도 야광나무의 야광이 한자로 夜光으로 표기된 문헌이나 자료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옛 사람들이 달을 夜光이라고도 했으므로 달빛에 빛나는 정경이 떠오른 것이다.

 

유래야 어찌 되었거나 그 이름은 달빛 아래 환하게 빛나는 꽃을 연상시킨다.

깊은 밤하늘의 은하수와 어디선가 들려오는 두견의 울음소리까지 곁들여서

수백 년을 거슬러 옛 선비의 애상과 교감하는 봄밤의 정취가 예사롭지 않다.

 

 

 

 

 

 

아그배나무      Malus sieboldii (Regel) Rehder

 

중부 이남의 높은 산지에서 3~6m 높이로 자라는 낙엽 지는 작은 교목이다.

잎가장자리에 미세한 톱니가 있으며 새 가지의 잎은 종종 3~5개의 결각이 있다.

4~5월에 지름 2~3cm의 꽃이 4~8개씩 모여 피며, 수술은 꽃잎 길이와 비슷하다.

야광나무의 수술 길이는 꽃잎의 절반 정도고 잎가장자리에 결각이 없다.

 

 

 

 

 

섬개야광나무     Cotoneaster wilsonii Nakai

 

울릉도의 바다 가까운 바위지대에서 1~4m 높이로 자라는 갈잎떨기나무.

5~6월에 지름 1cm 정도의 꽃 5~20개가 편평꽃차례로 모여 달린다.

개야광나무는 강원도 삼척 일대의 석회암지대에서 드물게 자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