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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울창한 숲의 거목들

단단한 나무의 대명사 박달나무

개박달나무     Betula chinensis Maxim.

 

지리산 이북의 산지에서 5~10m 높이로 자라는 자작나무과의 소교목.

수피가 매끈하며 가로방향의 피목이 있으나 성장하면서 여러 겹으로 벗겨진다.

4~5월에 수꽃차례는 긴 가지에서 늘어지고 암꽃차례는 짧은 가지에서 위를 향한다.

 

 

 

 

199610월 어느 날 사십대 후반의 박모씨가 시장에서 박달나무 몽둥이를 샀다.

그 몽둥이에 세로로 정의봉이라고 쓰고는 여든 살의 한 노인을 찾아갔다.

노인은 그 박달 몽둥이에 맞아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했고 가해자는 의인으로 칭송 받았다.

그의 마지막 재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하면서 '박씨의 범행은 주관적으로는 정당성을 가지나

법질서의 관점에서는 용인될 정당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형량 확정의 취지를 밝혔다.

민족지도자 김구 선생의 암살범은 당시 정권의 수상한 비호아래 한 때는 호의호식하며 살다가

끝내 박달나무 몽둥이로 단죄되었고, 그 몽둥이는 용산의 식민지역사박물관에 전시되었다.

 

(물박달나무)

재질이 단단한 까닭에 옛날에는 포졸들의 육모방망이가 박달나무로 만들어 졌으니 

박달나무는 예나 지금이나 박달나무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악역을 맡아왔다.

그래도 박달나무는 밀가루반죽을 눌러 펴던 홍두께나 빨래를 다듬질하던

방망이 같은 중요한 생활도구로 오랜 세월 우리 조상들과 함께 했다.

어쨌거나 누르고 두들기는 역할을 맡았으니 드센 팔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박달나무의 한자이름은 단()이다.

어쩌면 단단하다라는 형용사도 박달나무 자와 관련이 있는지 모른다.

박달나무는 우리나라 나무 중에 가장 단단해서 그 비중이 소나무의 두 배인 0.95라고 한다.

비중이 1이 넘으면 물속으로 가라앉는데 국내에는 자라지 않는 흑단(黑檀)이 그러하다.

흑단은 박달나무가 속한 자작나무과가 아닌 감나무과지만 단단해서 자를 빌려 쓴 듯하다.

 

(물박달나무의 수피)

건국신화에 나오는 단군(檀君)이나 신단수(神檀樹)에도 박달나무 자가 들어간다.

그러다보니 신단수는 박달나무였고, 배달민족도 박달나무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즉 박달은 원래 밝다에서 유래한 이름이고 그것이 배달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나아가 흰 옷을 좋아하는 문화적 전통도 그 밝음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항간에는 그렇게 신화를 현실화하려는 주장과 어디까지나 신화일 뿐이라는 주장이

오랫동안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앞으로도 쉽게 어느 한편이 승복할 것 같지는 않다.

 

신화는 너무 아득한 이야기여서 그것이 박달나무든 아니든 아쉬움이 없다.

그런데 그 옛날 집집마다 정겹게 들리던 방망이 소리는 신화처럼 아득하다.

할머니가 박달나무 홍두깨로 빚어낸 구수한 손칼국수 맛도 그립다.

 

 

 

(박달나무, 개박달나무, 까치박달, 가침박달 사진 수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