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울창한 숲의 거목들

뽕나무가 세 번 떨었다는 이야기

산뽕나무              Morus australis Poir.

 

전국의 산지에서 6~15m 높이로 자라는 뽕나무과의 갈잎큰키나무.

암수딴그루(드물게 한그루)로 4~5월에 꽃이 피고 6월에 오디가 익는다.

재배식물인 뽕나무는 산뽕나무에 비해 잎 끝이 뭉툭하고 암술대가 짧다.

 

 

 

 

뽕나무나 산뽕나무를 만나면 뽕나무가 세 번 떨었다는 상삼진(桑三振)이 생각난다.

명나라의 태조 주원장(朱元璋)과 황후 마씨(馬氏), 재상인 상우춘(常偶春)의 이야기다.

주원장이 거지였을 때 그의 사람됨을 보고 도와 준 마씨가 황후가 되었고

전쟁터에서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명나라를 세운 상우춘은 재상이 되었다.

 

어느 날 주원장이 우리가 이제 더 무슨 욕심이 있을까마는 그래도 각자의 욕망을 말해 보자

그 말에 거짓이 없다면 저 뽕나무가 부르르 떨릴 것이다라며 진실 게임을 제안했다.

황제 앞에서 거짓을 말하면 뽕나무가 떨지 않을 터이니 황후와 재상은 참으로 난감했다.

 

주원장이 먼저 말하기를 내가 천하를 가졌는데도 누가 뇌물을 갖다 바치면 기분이 좋다고 하자

뽕나무가 부르르 떨었다.

이어서 마황후가 조회를 할 때 신하들 가운데 젊고 잘 생긴 사람에게 마음이 끌린다고 실토하자

뽕나무가 또 한 번 떨었다.

끝으로 상우춘이 소신이 비록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나 그래도 황제 자리가 탐나니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나 봅니다라고 말하자 뽕나무가 또 한 번 크게 떨었다.

뽕나무가 떨 것이 아니라 목이 달아날지도 모르는 진실을 실토하는 사람이 떨 일이다.

 

진실한 말에 뽕나무가 세 번 떤다는 이 이야기에는 진실과 허구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추측건대 뽕나무 자의 모양에서 누군가 기발한 스토리를 꾸며낸 듯하다.

이 상형문자는 나무 자 위에 또 자 세 개를 얹어서 뽕나무 모양을 그리고 있다.

또 우자는 더욱’, ‘용서한다는 뜻으로도 쓰이므로 너 또한 욕심이 더하구나

그래도 용서하마라는 이야기를 지어낼 법하다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한다.

 

비단실을 뽑는 누에를 먹이기 위해 기르는 뽕나무와 야생의 산뽕나무는 큰 차이가 없다.

산뽕나무는 뽕나무에 비해 잎 끝이 꼬리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오는 특징과,

열매가 익었을 때도 긴 암술대가 열매에 붙어 있는 차이 밖에 없다.

 

산길을 가다가 산뽕나무를 만나면 나는 과연 무슨 진실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그 어떤 이야기를 해도 뽕나무가 떨어줄 산들바람을 기다리는 편이 현명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