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쇠나무 Acer pictum var. mono (Maxim.) Maxim. ex. Franch.
전국의 산지에서 20m 높이까지 자라는 단풍나무과의 갈잎큰키나무.
잎은 마주나며 얕게 5갈래로 갈라지나 예외적으로 7~9갈래도 있다.
수꽃양성화한그루로 4~5월에 수꽃과 양성화가 섞여서 핀다.
고로쇠나무는 대면하기도 전에 이런저런 소문으로 그 이름을 먼저 들었다.
이 나무의 수액이 위장에 좋고 피로회복과 혈당조절 등의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른 봄에 산행을 하다가 아직 잎이 나지 않은 숲에 거미줄처럼 연결된 비닐호스들을 보고
말로만 들어오던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현장이라는 걸 직감했다.
나무마다 손가락 굵기의 튜브가 꽂혀있고 이 튜브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점점 굵은 호스로 모여져 가장 아래쪽에는 큰 물탱크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한 모습은 나무를 목재나 땔감으로 쓰려고 베는 것보다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
웅담이 좋다고 곰의 쓸개에 빨대를 꽂아 빨아먹는 야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액은 땅의 수분을 끌어올려 새 잎을 키우는 나무의 피요 젓이기 때문이다.
고로쇠나무를 제대로 알아보게 된 것은 잎이 펼쳐진 봄이었다.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와 같은 속이어서 잎 역시 단풍잎 모양을 하고 있는데,
다섯 갈래로 갈라진 잎의 끝이 갑자기 좁아져서 개구리 발과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단풍나무속의 속명 ‘Acer’는 라틴어로 잎이 손바닥모양으로 갈라진다는 뜻이다.
단풍나무붙이들은 잎의 갈래 수를 보고 그 이름을 불러줄 수가 있는데 이를테면,
세 갈래는 신나무, 다섯 갈래는 고로쇠, 일곱 갈래는 단풍, 아홉 갈래는 당단풍이고
울릉도의 섬단풍은 열 한 갈래로 갈라지며, 어느 나무나 더 많이 갈라지는 예외는 있다.
이들은 대부분 가을에 붉은색으로 단풍이 드는데 비해 고로쇠만 노란색으로 물 든다.
고로쇠라는 이름의 유래는 알 수가 없으나 요즘 이 나무가 겪는 수난을 보면
이름을 잘 못 지은 탓인지 상당히 고달프고 괴롭게 사는 팔자를 타고난 듯하다.
더욱 딱한 것은 이 나무의 수액이 몸에 좋다는 신뢰할만한 문헌도 없을 뿐만 아니라
과학적인 연구결과나 임상결과도 없다는 점이다.
짐작건대 이 나무는 봄에 많은 수액을 끌어올리고 맛이 신선하고 달달하니
몸에 좋지 않겠는가 하는 막연한 기대에다 돈을 벌려는 욕심이 더해진 현상이 아닐까 싶다.
생명 존중 의식이 좀 더 성숙한 사회가 돼서 고로쇠의 수난도 어서 끝나기를 바란다.
고로쇠야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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