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드물게 만나는 나무

아름다운 수피의 노각나무

노각나무   Stewartia psudocamellia Maxim.

 

주로 영남과 전남의 산지에서 7~15m 높이로 자라는 차나무과의 갈잎큰키나무.

수피가 매끄럽고 얼룩무늬모양으로 얇게 벗겨지며, 잎 표면의 맥이 들어가 있다.

6~7월에 지름 5cm 정도의 양성화가 피며 꽃잎 가장자리에 미세한 결각이 있다.

 

 

 

 

노각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수피가 가장 아름다운 나무라고들 한다.

이 나무의 다른 이름인 비단나무는 수피를 만졌을 때의 부드러움을 표현한 이름 같다.

또 다른 이름 금수목(錦繡木)은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무늬가 아름답다는 이름이다.

노각나무의 수피는 나무가 자라면서 그림맞추기 조각처럼 벗겨져 아름다운 무늬가 되고

벗겨진 시간차에 따라 녹황색, 갈색, 주황색, 상아색 등의 조화로운 색깔을 연출한다.

 

꽃보다 열매가 예쁜 식물은 많아도 수피가 더 주목받는 나무는 이 나무가 유일하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꽃은 소박한 차나무의 꽃과 비슷한데 수피는 아주 특별하다.

그렇다면 노각나무라는 이름은 아름다운 수피와 관련이 있을 법한데 그 유래가 모호하다.

항간에는 수피 무늬가 녹각(鹿角)을 닮아서 녹각나무로 부르다가 노각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

내 눈으로는 아무래도 그 무늬가 사슴의 뿔을 닮은 구석이라고는 보이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노각을 마땅히 설명할 방도도 없으니 근거 없는 설이라도 그러려니 할 뿐이다.

 

(노각나무의 수피. 배주한 님 사진)

일본에서는 노각나무를 여름동백이라는 의미로 나쯔쯔바끼(ナツツバキ)라고 부른다.

일본 이름은 노각나무의 종소명 psudocamellia, 즉 개동백과 통하는 면이 있다.

그리고 노각나무의 다른 학명 S. koreana는 이 나무가 한국특산종임을 나타내는 것 같은데

현재 통용되는 S. psudocamellia는 일본노각나무와 같은 종으로 통합된 학명인 듯하다.

식물분류학에는 문외한인지라 이렇게 다른 견해가 있으면 어떤 쪽에 줄을 서야할지 난감하다.

 

노각나무는 국내에 자생하는 차나무과의 식물 중에서 유일하게 낙엽이 지는 나무다.

차나무과에는 차나무, 동백나무, 사스레피나무, 비쭈기나무, 후피향나무 정도로

몇 종이 되지 않는데 대부분 난대성 늘푸른나무여서 남부지방에 주로 분포한다.

노각나무는 같은 차나무과의 식물들 중에서 가장 추운 지방에서 자라는 편이다.

 

(김운찬 님 사진)

노각나무는 아주 희귀하지는 않으나 일부 지방에서만 드문드문 모여 산다.

지리산과 소백산 일대, 영남의 가야산과 인근의 천성산, 운문산 일대에 주로 분포한다.

이 나무가 사는 산들은 모두 산천경개가 빼어난 명산이어서 풍류도 즐길 겸

자주 노각나무를 찾다보면 언젠가는 노각의 의미를 알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