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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울창한 숲의 거목들

세상의 복을 듬뿍 받은 복자기

복자기     Acer triflorum Kom.

 

중부 이북의 산지에서 15m 높이 정도로 자라는 단풍나무과의 갈잎큰키나무.

양성화와 수꽃이 딴 그루에 피며, 4~5월에 새가지 끝에서 꽃이 3개씩 달린다.

근연종인 복장나무는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많고 표면과 잎줄기에 털이 없다.

 

 

 

 

 

단풍나무에도 꽤 많은 일가친척이 있다.

고로쇠나무, 신나무, 시닥나무 등등 국내에 자라는 단풍나무 종류가 열 가지가 넘는다.

복자기도 단풍 가족의 일원이지만 잎의 모양이 독특하다.

단풍잎은 잎자루 하나에서 손바닥 모양으로 갈라지는데 비해 복자기의 잎은

하나의 잎자루에서 완전하게 분리된 세 개의 작은 잎이 달리는 차이가 있다.

 

자연을 세심하게 관찰한 사람은 멀리서도 단풍이 드는 색으로 복자기를 알아본다.

단풍나무가 화려하고 찬란하게 물 든다면 복자기는 우아하게 단풍이 든다고 할까.

단풍은 절정에서 붉은 자주색으로 가는데 복자기는 주홍색에서 그대로 낙엽이 되므로

그 잎들이 내려앉은 나무 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의 카펫을 깔아놓은 듯하다.

 

참 생소한 이름인 복자기는 평북지방의 방언이라고 한다.(한국 식물명의 유래, 이우철)

비슷한 이름인 복장나무, 복작나무 역시 연변지방이나 강원도에서 부르는 이름인데,

주로 중부 이북에서 자라는 나무다 보니 그 지방에서 부르는 이름이 국명이 된 듯하다.

복자기는 성장이 더딘 대신에 목질이 아주 단단해서 수레바퀴의 축으로 쓰였다.

바퀴의 축은 엄청난 무게와 마찰을 견디므로 얼마나 단단한 나무인지 미루어 알 수 있다.

그런 연유로 나도 박달나무만큼 단단한 나무라는 이름인 나도박달이라고도 한다.

 

(보호수로 지정된 인제군 수산리의 400년 묵은 복자기)

복자기의 의미를 모르다보니 복자(福者)’복장이라는 말까지 생각해 보았다.

복자는 천주교에서 주로 쓰는 호칭이기는 해도 일반적 의미는 유복한 사람을 뜻한다.

복장이는 사전에 없는 말이지만 복을 받는 건 분명 평소에 복을 많이 지었기 때문이고,

복을 잘 짓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복장이라는 어휘를 한 번 만들어 본 것이다.

 

가을에 화려하게 단풍 물든 복자기를 보면 세상의 복을 모두 받은 듯하다.

수령이 400여년 쯤 되고 아름다운 복자기로 알려져 보호수로 지정된

강원도 인제의 거목 앞에 섰을 때 더욱 그러한 생각이 깊어졌다.

붉은 단풍의 색을 내는 건 잎의 안토시아닌 성분이 가을에 들어서 발현된 까닭이다.

사람이 그렇게 아름다운 축복을 누린다면 여름에 그만큼 복을 지어놓은 것이리라.

아무래도 복자기는 스스로 복을 지어내는 복장이 나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