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룽나무 Prunus padus L.
중부 이북의 계곡 주변에서 15m 정도 높이로 자라는 장미과의 갈잎큰키나무.
4~6월에 새 가지 끝에서 나온 총상꽃차례에 지름1cm 정도의 꽃이 모여 달린다.
귀룽나무는 중부지방의 낙엽지는 나무들 중에서 가장 먼저 새순을 낸다.
솜방망이 같은 하얀 꽃차례는 골짜기에 구름이 이는 듯 풍성하게 핀다.
뜻 모를 귀룽이란 이름은 이러한 생태적 특징 때문에 여러 가지 상상을 자아낸다.
박상진 교수는 그의 책(우리나무의 세계1. 김영사)에서 두 가지 유래설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옛 문헌에서 한자표기로 등장하는 구룡목(九龍木)에서 변음이 되었다는 설로,
북한의 구룡강, 구룡연, 구룡폭포 등지에 이 나무가 많아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그런데 꽃 이름의 유래에 천착한 동호회의 꽃벗 송우섭 님은 다른 문헌에서
귀롱목(鬼籠木), 귀능목(鬼能木), 귀농목(귀農木) 등으로 표기된 것을 볼 때
귀룽나무를 이두식으로 차자(借字)했을 수도 있다는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즉 우리 고유의 이름인 귀룽나무를 비슷한 한자의 음을 빌려 표기한 것이라는 견해다.
둘째는 이 나무의 하얀 꽃이 뭉게구름처럼 풍성해서 구름나무로 불리다가
귀룽나무가 되었으리라는 설인데, 실제 북한명이 ‘구름나무’이므로 그럴 개연성도 보인다.
그런데 북한의 식물명은 광복 이후에 쉬운 우리말로 개정한 정황이 여러 곳 보이므로
이 유래설 역시 원래 불리어 오던 귀룽나무를 구름나무로 개명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꽃벗 송우섭 님은 이 두 가지 유래설에 회의하면서 재미있는 화두를 던졌다.
이 나무가 다른 나무들에 비해 일찍 새순을 내고 꽃을 피우므로 긴 겨울이 끝나고
농사철이 되었다는 신호를 보내는 의미로 농(農)자를 쓰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다.
게다가 귀농나무는 구룡나무나 구름나무보다는 귀룽나무에 훨씬 가까운 발음이다.
아무튼 나는 구룡목이나 구름나무 유래설 보다는 귀농나무가 더 그럴듯하게 여겨진다.
일찍 나오는 새 순으로 새봄을 알리는 이 나무에게 가장 어울리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나무가 농부들을 재촉한다는 의미가 동화 같은 느낌으로 와 닿는다.
사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민간에서 부르던 나무이름의 유래는
수학문제처럼 답을 풀어내기가 불가능하고 검증할 방법 역시 없다.
이름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염두에 두고 어떤 나무를 보면서
제 나름의 이런 저런 상상을 즐기며 의미를 짚어보는 걸로 족하다.
'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 > 울창한 숲의 거목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을을 지켜낸 비술나무 (0) | 2020.10.29 |
---|---|
세상의 복을 듬뿍 받은 복자기 (0) | 2020.10.28 |
대장간의 추억과 물푸레나무 (0) | 2020.09.23 |
참나무로 불리는 여섯 형제 (0) | 2020.08.27 |
신갈나무와 떡갈나무 (0) | 2020.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