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낮은 숲을 이루는 나무

참회나무 열매의 아름다움

참회나무                 Euonymus oxyphyllus Miq.

 

전국의 산지에서 2~4m 높이로 자라는 노박덩굴과의 갈잎떨기나무.

5~6월에 지름 7mm 정도의 황록색이나 연한 자색 꽃이 취산꽃차례로 핀다.

열매는 지름 1cm 정도의 구형으로 9~10월에 붉은색으로 익는다.

 

 

 

 

 

참회나무 앞에서는 누구라도 한번쯤 참회’(懺悔)를 떠올릴 법하다.

물론 아무런 죄를 지을 리가 없는 나무가 참회할 일은 없을 터이다.

참회나무는 회나무와 구별하기 위해 회나무 앞에다 을 덧댄 이름이고,

회나무는 나무껍질의 색이 회색이어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참회나무가 회나무에 비해 특별한 쓰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라는 꽤 훌륭한 접두사를 얻어 쓸 만한 이유도 눈에 띄지 않는다.

참회나무와 회나무는 꽃과 잎은 차이가 없으나 참회나무의 열매는 구슬처럼 둥글고

회나무의 열매는 껍질이 갈라지는 봉합부분이 날개처럼 납작하게 돌출되어 있다.

 

회나무의 열매는 별 모양의 날개가 있다.

대체로 참회나무는 흔한 편이고 회나무는 높고 깊은 산에서 드물게 만나진다.

귀하기로만 말하자면 회나무가 오히려 참회나무가 되었어야 마땅하다.

참회나무와 상반되는 이름인 개회나무는 물푸레나무과의 식물로 분류계통이나

생김새로 볼 때 아무런 관련이 없고 단지 수피가 회색이어서 부르는 이름이지 싶다.

 

참회나무와 회나무의 꽃은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아름답다.

숲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 사이로 가느다란 꽃줄기에 달린 작은 꽃들을 보면

숲의 요정이 걸어놓은 예쁜 귀걸이 같기도 하고 거미줄에 걸린 낙화 같기도 하다.

 

참회나무의 열매. 껍질이 다섯 갈래로 갈라진다.

이 나무에서 꽃보다도 더 매력적인 것은 가을에 벌어지는 귀여운 열매다.

물론 참회라는 이름 때문이겠지만 열매에서는 참회(懺悔)의 모습이 보인다.

가을에 빨갛게 물 드는 이 열매는 다섯 조각으로 열리면서 짙은 씨앗이 드러난다.

감추고 싶던 그 무엇을 마침내 활짝 열어 한 점 부끄러움도 남지 않겠다는 모양이다.

 

참회는 신이나 부처와 같은 절대자 앞에서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므로

내면의 자정작용인 반성이나 후회보다는 더욱 통렬하고 진실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참회의 과정을 거쳐 영혼의 정화와 마음의 평화에 이르게 된다.

참회나무의 열매는 참회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바라보면 더욱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