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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낮은 숲을 이루는 나무

장구밤나무의 세 가지 이름

(장구밤나무 수꽃)

장구밤나무           Grewia parviflora Bunge

 

서남해안과 도서지역 산지에서 키높이 정도로 자라는 피나무과의 갈잎떨기나무.

암수딴그루, 또는 암수한그루로 6~7월에 지름 1.5cm 정도의 꽃이 모여 핀다.

지름 7mm 정도의 열매 2~4개가 서로 절반 정도씩 붙어 있거나 떨어져 있다.

 

 

 

 

장구밤나무는 서남 해안지대의 숲정이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기후가 따뜻한 남부지방에서는 내륙 깊숙한 곳에서도 자란다고 한다.

암수딴그루 또는 암수한그루로만 기술한 상반된 자료들이 있어서 혼란스러운 면이 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이 나무는 암그루, 숫그루, 양성화가 피는 나무가 따로 있다.

암수딴그루가 많은지 한그루가 많은지는 조사관찰한 기록을 찾지 못했다.

 

(암꽃차례와 익지 않은 열매)

장구밤나무 앞에 붙은 장구는 열매가 장구의 울림통처럼 붙어 있기 때문이다.

두 개부터 네 개까지 불규칙하게 몽글몽글 붙어있거나 낱개로 떨어져 있기도 한데,

대체로 두 개가 장구통처럼 붙어있는 것이 기본적인 형태인 듯하다.

 

이 열매는 핵이 대부분을 차지하므로 먹을 건 없고 새들에게 성의를 표할 정도의 과즙이 있다.

고양이 눈물만큼 있는 새콤달콤한 과즙을 심심풀이로 빨아먹다가 보면 오히려 허기가 진다.

사람들은 이런 우연한 경험에서 장구밤나무의 열매가 소화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설사를 멎게 하는 데에도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을는지도 모르겠다.

 

(장구의 울림통을 닮은 열매, 인디카 박태성 님 사진)

그렇다면 장구밤나무의 원래 이름은 장구밥나무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 나무에서 과 관련한 단서는 보이지 않고 과는 뭔가 통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황해도 지방에서 이 나무를 잘먹기나무라고 부르는 것은

아마도 열매의 소화촉진 기능이나 설사를 멎게하는 효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흔히 하는 말로 아주 맛있는 반찬을 밥도둑이라고 하듯이 장구밤나무의 열매는

밥도둑의 공범 정도는 되므로 아무래도 원래 이름은 장구밥나무였을 개연성이 크다.

 

1937년에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에서 장구밤나무로 채택한 이름을

이창복 박사는 1966년에 한국수목도감을 내면서 장구밥나무라는 이름을 썼다.

장구밤나무야 장구밥나무를 소리나는대로 쓴 이름이라고 하면 시비할 일도 없지만

굳이 장구밥나무를 고집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나 확신이 있지 않았겠는가.

나 역시 밥도둑의 공범으로써 보다는 쪽에 줄을 서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