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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낮은 숲을 이루는 나무

병꽃나무의 학명에 대한 유감

병꽃나무    Weigela subsessilis (Nakai) L.H.Bailey

 

전국의 산지에서 키 높이 남짓 자라는 병꽃나무과의 갈잎떨기나무.

5~6월에 길이 3cm 정도의 황록색 꽃이 피었다가 점차 붉게 변한다.

꽃받침 조각은 5갈래이고 기부까지 깊게 갈라지는 특징이 있다.

 

 

 

 

 

 

병꽃나무는 우리나라 어디서나 자주 만나는 나무다.

높은 산과 낮은 산, 음지와 양지를 가리지 않으며 추위에도 잘 견디는데다가

염분이 많은 바닷가에서도 잘 자라는 생명력이 강한 나무다.

꽃이 필 때는 황록색이었다가 차츰 붉은색으로 변하므로 나무 전체는 울긋불긋 화려하다.

이러한 생태적 특성과 아름다움 때문에 야생식물이지만 정원수로도 흔히 심어진다.

 

병꽃나무라는 이름은 꽃부리가 병을 닮아서 유래했다.

긴 꽃부리를 유심히 보면 입구는 나팔처럼 넓은데 절반쯤에서 갑자기 좁아진다.

말하자면 병목 부분은 병을 썩 닮았는데 정작 밑이 터져버린 깨어진 병 모양이다.

 

국내에 자생하는 병꽃나무는 학자에 따라 5종에서 10종까지 분류하고 있으나

야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병꽃나무와 붉은병꽃나무가 대다수다.

병꽃나무는 처음에 연한 황록색으로 꽃이 피어 점차 붉은색으로 변해 가는데 비해

붉은병꽃나무는 처음부터 붉은색으로 꽃이 피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꽃받침 조각이 갈라지는 정도와 잎 표면의 털의 유무 등 미미한 차이가 있으나

무엇보다도 큰 차이는 병꽃나무는 한반도에서만 발견되는 고유종이라는 점이다.

 

(대청도의 붉은병꽃나무)

그런데 학명을 보면 어디에도 우리나라 고유종임을 알 수 있는 단서가 없다.

병꽃나무속의 속명은 누군가 독일의 화학자 C. E. Von Weigel에게 헌명한 것이고,

종소명 subsessilis는 잎자루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종소명괄호안의 나카이는 이 나무를 처음 신종으로 발표한 일본의 식물학자이며

최종 명명자인 L.H.Bailey는 마지막으로 병꽃나무속에 자리매김한 미국의 식물학자다.

 

결국 병꽃나무의 학명은 열강들의 식민지쟁탈전의 축소판인양 독일, 일본, 미국의

식물학자들 이름 사이에 잎자루가 거의 없다’는 미미한 특징 하나를 끼워 정리되었다.

일찍이 근대과학에 눈뜨지 못했던 우리 역사의 회한과 아픔이 느껴지는 학명이다.

‘subsessilis’라는 초라한 종소명이 자꾸만 씁쓰레...'로 읽힌다.

 

 

 

 

 

붉은병꽃나무             Weigela florida (Bunge) A.DC.

 

전국의 산지에서 키 높이 남짓 자라는 갈잎떨기나무.

잎 양면에 털이 있는 병꽃나무에 비해 표면에 털이 거의 없고 뒷면에 밀생한다.

5~6월에 잎겨드랑이에서 길이 3.5cm 정도의 붉은색의 양성화가 2~3개씩 달린다.

꽃받침 조각이 중간까지 갈라지며 대체로 높은 산지에 분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