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4 나무에 피는 꽃/덩굴과 아주 작은 나무

청산별곡의 주인공 머루와 다래

왕머루 Vitis amurensis Rupr.

 

전국의 산지에 분포하는 포도과의 갈잎덩굴나무로 10m이상 줄기를 뻗는다.

수꽃그루와 양성화가 피는 개체가 있으며 6~7월에 원뿔모양꽃차례로 꽃이 핀다.

머루(V. coignetiae)는 울릉도, 서남해안의 섬, 제주도의 숲 가장자리에 분포하고,

잎 뒷면과 줄기, 꽃차례의 줄기에 거미줄 같은 연한 갈색 털이 밀생한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靑山애 살어리랏다

뭘위랑 다래랑 먹고 靑山애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고려 가요 청산별곡의 첫머리다.

노래의 주제이자 배경이 되는 청산은 아무도 살지 않는 깊고 깊은 산중이다.

그런 산에서는 나물, 열매, 버섯, 뿌리 같은 여러 가지의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 중에 멀위와 다래가 그 모든 산중 먹거리의 대표로 등장해서 노래의 키워드가 되었다.

고려 사람들은 머루를 뭘위라고 불렀던 모양이다.

 

(왕머루. 내륙에 분포하는 머루는 대부분 왕머루다)

그런데 깊은 산골이라고 해서 머루 다래를 무진장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산 역시 식물들의 생존경쟁이 치열한 곳이기 때문에 한두 가지 식물만 번성할 수가 없다.

나의 고향도 첩첩산중 청산 속에 있고 드문드문 머루나 다래 덩굴이 자라기는 해도

농촌 인구가 많았던 옛날에는 주변의 산에서 나는 열매가 그 많은 입들을 감당하지 못했다.

 

아이들은 머루가 단맛이 들기도 전에 시큼한 것을 따먹었다.

그것이 다 익을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지기 일쑤였다.

그런 까닭에 어린 시절을 산골에서 보냈지만 한 번도 제대로 익은 머루를 맛본 적이 없다.

신기하게도 50년 전에 노심초사하던 앞산의 머루가 지금도 풍성한 열매를 맺고 있었다.

그 때 살던 친구들이 대부분 외지로 나가고 마을에서 아이들 소리가 사라진지 오랜 지금

앞산에 주렁주렁 익어가는 머루는 산새들과 나만이 나누어 먹게 되었다.

 

(다래 꽃)

다래는 미리 따더라도 방바닥에 널어놓으면 며칠 뒤에 말랑해지면서 단맛이 들었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집에서 익힌 다래조차도 좀처럼 먹기가 어려웠다.

집집마다 식구들이 많아서 어른이고 아이고 먼저 익은 것부터 살곰살곰 빼 먹었다.

 

청산별곡을 한 번 더 음미해보면 청산의 주인은 사람이 아닌 머루와 다래다.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청산의 삶을 그리워 할 뿐 몸은 심란한 현실에 얽매어 있다.

청산에서 근심걱정 없이 팔자 좋게 살고 있는 것은 머루와 다래일 뿐이다.

 

 

 

 

 

까마귀머루    Vitis ficifolia var. sinuata (Regel) H. Hara

 

안면도와 남부지방의 숲 가장자리나 돌담에서 다른 나무나 바위를 타고 자란다.

앞가장자리가 보통 3갈래로 깊게 갈라지며 표면의 털은 차츰 없어져 광택이 난다.

수꽃양성화딴그루로 5~7월에 꽃이 피고 열매는 9~10월에 검게 익는다.

 

 

 

(이우락 님 사진)

새머루 Vitis flexuosa Thunb.

 

중부 이남의 산야에서 다른 나무를 타고 10m 이상 줄기를 뻗는다.

잎이 갈라지지 않으며 밑부분이 거의 편평하고 끝이 뾰족하다.

수꽃양성화딴그루로 5~6월에 꽃이 피고 열매는 8~9월에 검게 익는다.

 

 

 

개머루       Ampelopsis heterophylla (Thunb.) Siebold & Zucc.

 

전국의 숲가장자리나 민가 주변에서 작은 나무나 바위를 타고 자란다.

잎 끝이 3~5갈래로 얕게 또는 깊게 갈라지며 밑부분은 심장형이다.

7~8월에 황록색 양성화가 피고 열매는 9~11월에 자주, 청색으로 익는다.

 

 

 

 

다래     Actinidia arguta (Siebold & Zucc.) Planch. ex Miq.

 

전국의 산지에서 자라는 다래나무과의 갈잎덩굴나무로 10m 이상 줄기를 뻗는다.

수꽃양성화딴그루로 5~6월에 지름 1.5cm 정도의 꽃이 1~7개씩 모여 달린다.

열매는 길이 2cm 정도의 길쭉한 구형이고 9~10월에 녹황색으로 익는다.

 

 

 

 

개다래     Actinidia polygama (Siebold & Zucc.) Planch. ex Maxim.

 

전국의 산지 계곡이나 하천 사면에서 10m 정도 덩굴을 뻗으며 자란다.

개화기에는 꽃이 달리는 줄기 끝부분의 잎이 흰색으로 변한다.

수꽃양성화딴그루로 6~7월에 지름 2cm 정도의 꽃이 피고 향기가 있다.

열매는 길이 2cm 정도로 끝이 뾰족하고, 주황색으로 익으며 매운맛이 난다.

 

 

 

 

쥐다래     Actinidia kolomikta (Maxim. & Rupr.) Maxim.

 

개다래와 비슷한 생태환경에서 자라며 모든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개다래처럼 흰색으로 잎이 변했다가 나중에 분홍색으로 변한다.

줄기 단면의 수(髓)가 갈색 계단 모양이고 열매 끝이 뭉툭하다.

 

 

 

 

섬다래     Actinidia rufa (Siebold & Zucc.) Planch. ex Miq.

 

남해안의 섬들과 제주도에서 드물게 자라며 10m 이상 덩굴을 뻗는다.

수꽃양성화딴그루로 6월에 지름 1.5cm정도의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핀다.

열매는 길이 3~4cm의 길쭉한 구형으로 색깔과 모양이 키위와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