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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덩굴로 자라는 나무

돌가시나무 이름 유감




돌가시나무  

 Rosa wichurana Crep. ex Franch. & Sav.

 

장미과의 반상록성 덩굴로 중부 이남의 바닷가나 산지 풀밭에서 자란다.

줄기를 2m 가량 뻗으며, 잎은 작은잎이 7~9개 달린 새깃모양겹잎이다.

5~6월에 가지 끝에서 지름 3cm 정도의 꽃 1~5개가 모여 핀다.

    









 

돌가시나무는호남과 제주도의 해안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덩굴식물이다.

찔레가 바위를 덮은 모습이고, 찔레보다 꽃은 약간 크고, 잎은 조금 작은 편이다.

잎이 반짝거려서 반들가시나무라는 이명도 쓰이고 있다.

이 정도 설명만으로도 돌가시나무를 알아보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그런데 이 이름의 내력을 살피기 시작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우선은 가시나무라는 이름부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돌가시나무가 흔한 남부지방에 분포하는 참나무과의 가시나무들,

이를테면 참가시나무, 붉가시나무, 개가시나무 등의 이름과 헷갈리기 십상이다.

실제로 1940년대에는 개가시나무가 돌가시나무나 반들가시나무로 불린 적이 있다.

애당초 나무라는 명칭이 어울리지 않는 가느다란 덩굴에 가시가 있다고

 가시나무로 부를 때부터 첫단추가 잘못 꿰어진 것이다



 

돌가시나무와 같은 종인지 다른 종인지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은 제주찔레도 있다.

이 이름은 19세기 말 일본에서 주로 활동하던 프랑스 식물학자들이 Rosa luciea로 학명을 발표한 것을

1980년에 이창복 박사가 제주찔레로 우리말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러나 이 R. luciea1926년에 나카이가 지금의 돌가시나무인 R. wichurana와 같은 종으로 발표했고,

지금까지 돌가시나무와 차이가 나는 실체가 확인되지 않아서 사실상 사멸된 이름이다.


그리고 돌가시나무의 근연종인 홍돌가시나무, 긴돌가시나무, 흑산가시, 용가시나무들도

과연 하나의 종으로 인정할만한 뚜렷한 차별성이 있는지도 정리되지 않은 듯하다.




야생화를 취미로 즐겨 찾는 사람들이 돌가시나무의 정확한 학명이나

국명, 이명들을 추적하는 건 노력의 낭비라는 생각이다.

머지않아 어느 뜻있는 학자가 이들이 모두 같은 종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 연구에 한 마디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돌가시나무는 정체성이 분명한 바위찔레로 이름을 바꾸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2019. 10.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