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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늘푸른숲의 거목들

사라져가는 구상나무들



 















구상나무  

Abies koreana E.H.Wilson

 

소나무과의 늘푸른큰키나무로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의 고지대에서 자란다.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 지형에서는 높이 18m, 지름 1m 가까이 성장한다.

암수한그루로 4~5월에 수분하며, 암구화수는 자주색, 흑색, 녹색 등의 색상을 띤다.

 

 

    


 

요즈음 한라산과 지리산의 구상나무들이 지구온난화 때문에 사라져간다는 우려가 크다.

구상나무는 미국인 윌슨(E. H. Wilson)제주도에서 처음 채집하여

1920년에 신종으로 발표했으며, 한국 고유종이라는 의미로 종소명이 'koreana'이다.

그때까지도 구상나무가 분비나무와 같은 나무로 알고 있었던 나카이는

두 나무의 미세한 차이를 놓치는 바람에 신종발견의 기회를 빼앗기고 억울해했다고 한다.


(한라산의 구상나무 군락. 김용대님 사진)


구상나무의 이름은 제주 방언으로 성게를 뜻하는 쿠살낭에서 유래헸다고 하는데,

이 나무의 구화수*가 성게를 닮은 까닭으로 짐작되나 확실한 근거는 없다.

구상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우선 분비나무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분비나무는 몽골과 중국 동북부와 국내의 설악산, 소백산, 치악산 등의 높은 산에 분포한다.


구상나무는 이 분비나무와 아주 비슷해서 전문가도 가려보기가 쉽지 않은데,

덕유산, 지리산, 한라산 등의 천 미터 이상 높은 곳에서 살고 있다.

이들 중에서 가장 북쪽인 덕유산의 구상나무들은 화학적 성분이 분비나무에 가깝다고 한다.

그렇다면 구상나무는 분비나무 분포지의 가장 남쪽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따뜻한 기후의 영향으로

잎이나 구화수의 형태가 약간 변형된 형제지간인 나무라고 할 수 있다.


(분비나무의 구화수와 잎. 이우락님 사진)


구상나무와 분비나무의 가장 뚜렷한 차이는 종자의 날개가 분비나무는 수평이고

구상나무는 아래로 젖혀지며 잎이 분비나무에 비해 넓고 짧은 편이라고 하나,

종자가 완전하게 성숙하는 9월 이후에는 분비나무의 것도 젖혀져서 구분이 어렵다고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구상나무의 종으로서 고유성은 과대평가된 면이 없지 않다.

구상나무는 다량으로 증식되어 관상용이나 크리스마스트리로 인기가 높다고 하는데,

수형이 삼각형으로 반듯하고 늘푸른잎이 단정하기는 분비나무와 아무 차이가 없다.

 다만 명산의 탁 트인 산록에서 이들의 멋진 군락이 사라진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대자연의 섭리로 한 종이 사라져가는 것을 인간의 힘으로 어찌하겠는가.

그러면 그 자리에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자라나 우리를 위로해줄 것이다.

 ‘가는 사람 잡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 말라는 말이 위안이 될는지 모르겠다.

사람뿐만 아니라 나무와 풀들도 이런 생각으로 대하면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을까.



2018. 12. 7.

 

*구화수毬花穗 : 송백류의 배우자체를 생산하는 생식 구조. 소나무의 솔방울 따위이다.

 


  



(설악산의 분비나무 군락. 이우락님 사진)  

 

분비나무

Abies nephrolepis (Trautv. ex Maxim.) Maxim.

 

국내에서는 소백산 이북의 높은 산에 분포하며 25m 높이까지 자란다.

구상나무에 비해 잎이 약간 좁고 길며, 구과의 실편이 젖혀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