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늘푸른숲의 거목들

미래를 위해 심고 싶은 녹나무


 
















녹나무           녹나무과

Cinnamomum camphora (L.) J.Presl

 

동남아의 온난한 지역에 분포하고 국내에는 제주도 남부지역에 드물게 자생한다.

중국과 일본의 남부지방에는 높이 30m, 지름 3m까지 자란 거목이 있다.

5~6월에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원뿔모양꽃차례에 지름 5mm정도의 꽃들이 핀다.

    

 


 

녹나무 이름의 유래를 알아보려했으나 그 이름처럼 녹록치가 않았다.

 한자로 초록빛 자로 표기된 자료라도 찾았더라면 짐작하기가 쉬웠을 터이다.

다른 나무에 비해 유난히 밝은 녹색을 띠어서 그리 부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나뭇가지가 어른 팔뚝만큼 굵어질 때까지는 녹색이어서 그럴까 상상도 해 보았다


(녹나무의 줄기는 상당히 굵어질 때가지 녹색을 띤다)  


녹나무의 속명 Cinnamomum은 껍질이 말리며 말할 수 없이 좋은 향이 난다는 뜻이다.

그 향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천 년 동안 기호식품으로 써온 계피, 즉 시네몬향이다.

실제 식용으로 쓰는 계피는 녹나무와 같은 속의 재배식물인 계피나무C. cassia

육계나무C. loureirii의 껍질에서 얻고 녹나무의 껍질에서는 계피향이 좀 약한 편이다

 

녹나무는 예로부터 최고급의 목재로 여겨져서 배나 가구를 만들고 관을 짰으며

고려 때는 원나라 황제의 용상을 만드는데 쓸 녹나무를 요구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녹나무가 고급 목재로 사용된 까닭은 종소명이 camphora즉 장뇌인 것에서 짐작할 수 있다.

장뇌향은 방충제 역할을 해서 이 나무로 만든 장에서는 벌레가 생기지 않았으며,

은은한 장뇌향을 맡고 있으면 머리가 맑아진다고 한다.


(서귀포의 천주교 피정시설 '면형의 집'에 있는 녹나무)


조상들이 너무 많이 써온 탓인지 오늘날에는 목재로 쓸 만한 큰 나무를 보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녹나무는 서귀포 면형의 집 앞뜰에 있는 200년 묵은 나무다.

나무가 얼마나 큰지 나무 바로 뒤에 있는 4층 건물이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을 정도인데,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듯이 이 나무도 밑동부터 구불구불 자라서

목재로 잘려나가지 않고 오랜 세월 장수를 누려온 듯하다.


200살쯤 먹은 이 녹나무가 비자림에서 천년 가까이 자랐다는 비자나무보다

훨씬 덩치가 큰 걸로 미루어 짐작컨대 녹나무는 생장이 비교적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다음 세대를 위해 대규모로 녹나무를 재배하면 어떨까 싶다.

후손들이 향기로운 목재로 만든 가구를 사용하며 삶의 질을 누리는 것도 좋지만

 이 나라 이 세대가 백 년 이백 년을 내다보며 오늘을 사는 것이 중요한 까닭이다.


2018.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