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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늘푸른숲의 거목들

찾아내기 어려운 검은재나무


 















검은재나무  

Symplocos prunifolia Siebold & Zucc.

 

노린재나무과의 늘푸른큰키나무로 서귀포 일대의 계곡에서 드물게 자생한다.

15m 정도 자라며 잎은 가죽질이고 끝이 뾰족하며, 잎자루가 붉은색을 띤다.

5월에 노린재나무 꽃과 비슷한 지름 8mm 정도의 꽃이 풍성하게 핀다.

 

    


 

키 큰 나무들이 울창한 숲에 들면 정신이 맑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러나 나무들의 개별적인 삶을 들여다보면 그런 아수라장이 또 있을까 싶다.

다른 나무들보다 낮게 자라다가는 햇볕을 받지 못해 죽을 수밖에 없는 곳이 숲이다.

늘 푸른 잎을 달고 있는 난대림의 생존경쟁은 겨울의 휴전도 없어서 더욱 치열하다.


(김명준 님 사진)

검은재나무는 그런 난대림에서 오직 살기 위해 높이 자라야하는 숙명을 타고났다.

검은재나무를 태우면 검은 재가 남고, 친척뻘인 노린재나무의 재는 노랗다고 한다.

이름은 그렇지만 아주 희귀한 나무여서 누가 이 나무를 태워보았는지는 의문이다.

노린재나무는 낙엽이 지는 나무이고 검은재나무는 늘 푸르고 두터운 잎을 달고 있다

  

이 귀한 나무를 보고 싶다고 했더니 한 꽃벗이 그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주었다.

서귀포 북쪽의 계곡에 한 그루가 있는데 계곡을 건너는 다리에서 바로 보인다고 했다.

막상 가르쳐준 곳에 가보니 그 나무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늘푸른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숲을 위에서 보면 초록 잎의 바다처럼 보이고,

 아래에서 보면 비슷한 줄기들이 키 크기 경쟁을 하느라 하늘 높이 솟구쳐서

어떤 줄기, 어떤 잎이 내가 찾는 나무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첫해는 몇 번을 찾아다녔으나 허탕을 치고 이듬해 오월에 다시 그 숲을 찾아갔을 때,

유독 한 나무 아래에만 눈송이처럼 내려앉은 작은 꽃들이 눈에 띄었다.

그 낙화들은 가운데가 동그란 구멍이 있고 꽃잎에 수술이 그대로 붙어 있는 것이

노린재나무의 꽃과 비슷해서 검은재나무의 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떨어진 꽃으로 찾아낸 검은재나무는 죽기 살기로 키 크기 경쟁만해서 줄기가 굵지도 않고,

곁가지도 치지 않으면서 15미터 정도 높이에서 다른 나무들과 키를 맞추고 있었다.

이 나무 한그루를 숲 밖으로 꺼내놓고 본다면 끝에만 꽃이 달린 억새 모양일 것이다.

그 후에 다른 숲에서 어렵사리 찾아낸 두어 그루도 상황은 마찬가지였고 볼품이 없었다.





요즘 청소년들이 성장하는 모습이 검은재나무의 처지와 무척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인간적인 유대가 결핍되고 정서적인 부피 성장이 없이

오직 숫자로 계량화된 성적 경쟁에만 내몰리고 있지는 않은지 염려스럽다.

우리 아이들의 학교가 아수라 정글이 아니라 더불어 숲이 되기를 바란다.

 

2018.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