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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늘푸른숲의 거목들

마음의 눈으로 보는 소귀나무



 


















 

소귀나무          소귀나무과

Myrica rubra (Lour.) Siebold & Zucc.

 

중국과 일본 남부 지역에 분포하며 국내에서는 서귀포 일대에 드물게 자생한다.

10m정도까지 자라며, 암수딴그루로 3월 중순에 잎겨드랑이에서 꽃차례가 나온다.

6~7월에 딸기처럼 익는 열매는 양매楊梅라고 하며 송진 냄새 비슷한 향이 있다.






 

소귀나무를 만나면 으레 귀에 익은 소귀에 경 읽기부터 떠오른다.

말귀를 못 알아듣거나 듣고도 무시하는 경우 답답한 마음에 쓰는 속담인데,

이런 딱한 상황은 서로가 마음의 문을 닫고 있을 때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열린 마음으로 사는 이들은 사람은 물론 동물이나 식물과도 소통을 한다.

세종 때의 청백리 황희가 정승이 되기 전 어느 날 길을 가다가 한 농부를 만났다.

소 두 마리로 밭을 가는 농부에게 어떤 소가 더 일을 잘 하느냐고 물었더니

농부는 귓속말로 답을 하고는 소라도 못하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상하리라고 했다.

황희는 그 후 함부로 남의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하니 촌부에게서 한 수 배운 것이다.

 농부와 소는 말귀를 알아 듣는 사이고, 이를 배워 실천한 황희도 마음이 열린 사람이다.



마음의 눈을 닫고 보면 이 나무가 왜 소귀나무가 되었는지 보이지 않으나,

마음의 눈을 열고 보면 정말 소의 귀를 많이 닮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소귀나무의 잎은 끝이 넓은 거꿀달걀모양(倒卵形)이어서 소의 귀와 닮기는 했으나

이런 나무가 한둘이 아니므로 잎 모양만으로 소귀나무가 되지는 않았을 터이다.


소귀나무는 꽃이 피는 봄에야 비로소 소귀의 모양을 볼 수 있다.

암수딴그루인 이 나무는 꽃차례가 소의 뿔처럼 생겼고 수꽃차례가 더 길쭉하다.

암꽃차례도 짧기는 하나 소뿔을 연상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므로

꽃과 함께 꽃차례를 받치고 있는 잎을 보면 그제야 소귀의 모습을 보게 된다.


(양매라고 부르는 소귀나무 열매, 김선무님 사진)


소를 즐겨 그렸던 화가 이중섭은 마음의 귀를 열어 소의 말을 들었다.

 

높고 뚜렷하고 참된 숨결 / 나려 나려 이제 여기에 고웁게 나려

두북 두북 쌓이고 철철 넘치소서 /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

아름답도다 여기에 맑게 두 눈 열고 / 가슴 환히 헤치다


   <이중섭 시 소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