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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5 남녘 나무에 피는 꽃/낙엽지는 떨기나무

예와 덕을 갖췄다는 예덕나무



 














예덕나무   

Mallotus japonicus (L.f.) Müll.Arg.

 

 

대극과의 갈잎떨기나무로 서남해의 도서와 해안의 저지대에 자생한다.

6m 높이까지 자라며 가지를 넓게 벌리고 잎은 큰 깻잎 모양이다.

암수딴그루로 6월 중순에 길이 7~20cm의 원추꽃차례로 꽃이 핀다.



    

 

 

무심코 지나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새삼 이상스럽게 여겨질 때가 있다.

 남부지방의 마을이나 농경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덕나무가 그런 경우다.

사람이 주로 생활하는 영역에서 자라는 나무는 대체로 그만한 이유가 있는데,

이 나무는 무슨 까닭으로 동네 주변에서 사람과 친한 척하며 사는지 알 수가 없다.



마을 주변에는 유실수나 엄나무처럼 먹을거리를 주는 나무, 삼나무처럼 바람을 막아주는 나무,

쥐똥나무처럼 울타리 역할을 해주는 나무, 느티나무나 팽나무처럼 큰 그늘을 만드는 나무,

 배롱나무나 목련처럼 꽃이 아름답거나 대나무처럼 생활도구를 만드는데 쓰는 나무들이 자란다. 


그런데 예덕나무는 그 어떤 효용에도 해당이 될 것 같지 않은데

무슨 도덕군자나 되는 것처럼 점잖은 이름으로 불리면서 마을 주변에 산다.

이 나무의 껍질이 위장에 좋고 항암 효과가 있다며 민간 약재로 파는 것을 보았으나

임상적인 검증을 거친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채취하여 가공하는 일도 본 적이 없다.


(예덕나무의 암꽃차례(왼쪽)와 수꽃차례(오른쪽))


과문한 탓인지 예덕나무를 한자로 자를 써서 표기한 자료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요즘 인터넷에 예와 덕을 갖춘 나무운운하는 풀이는 별로 근거가 없어 보이고,

단지 예덕이라는 나무 이름에서 가볍게 나올 수 있는 유래설이 아닌가 싶다.

굳이 이름에 걸맞은 의미를 부여하자면 새잎이 나올 때 잎이 수줍은 듯 발그스레하며

암그루와 숫그루의 구분이 분명해서 염치와 예의를 갖춘 나무라고 할 수 있고,

수형樹形이 편안하고 잎이 널찍하여 덕이 있어 보이기는 한다.


한국 식물명의 유래(이우철, 일조각)에 의하면 예덕나무라는 이름은 전남 방언으로,

야생에 나는 오동나무라는 뜻의 야동野桐이나 야오동野梧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야동에서 예덕이라니 그것이 과연 그렇게 변음이 될 수 있었을는지는 의문스럽다.

두 단어에서 풍기는 묘한 뉘앙스의 차이에서도 더욱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것이다.

 

2018. 11. 12.